내수 경기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지표들 – 소매판매지수, 서비스업 생산

연초부터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뉴스가 많이 들린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와 눈 앞에 닥친 총선으로 잠시 수면 아래로 사라진 모습이지만 건설사들의 상태는 좋지 않아 보인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연체자가 늘고 있다는 뉴스도 많이 보인다. 경제가 좋다, 나쁘다를 말할 때 판단 근거가 되는 지표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수출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수출 지표로 경제 상황을 진단하기도 하고, 설비 투자 금액 등 투자 금액으로 경기를 판단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생산 못지 않게 소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수 경기 지표도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데 많이 쓰인다. 이번 글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내수 경기가 안 좋다”라고 말할 때 어떤 통계 지표를 근거로 판단할 수 있는지 내수 경기를 살펴볼 수 있는 통계 지표들을 정리해 봤다.



내수 경기가 안 좋다 – 내수 경기란?

먼저 내수 경기가 뭔지 정리한다. 내수란 ‘국내 수요’의 줄임말로, 한 나라의 정부와 민간에서 시행되는 소비와 투자의 합을 의미한다. 내수에 포함되는 것들로는 가계소비, 기업투자, 정부지출 등이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말하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내수 규모가 크다. 내수 시장 규모가 큰 나라로는 미국, 중국, 일본 같은 나라가 있는데 이 나라들은 수출이 잘 안되더라도 자국에서 발생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수요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생산이 가능해 규모의 경제를 성립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산업 구조나 생산적인 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내수 시장 규모는 2023년 민간 내수 기준 약 8,400억 달러로 전세계 15위 정도이다. 그러나 GDP 대비 내수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64% 수준으로 미국 82%, 일본 75%에 비하면 유의미하게 낮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중요하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수의 규모가 수출 규모보다 더 큰 만큼, 내수 경기의 위축은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내수 경기와 소비가 중요한 이유다.

내수 경기의 중요성
내수 경기의 중요성


내수 경기를 알 수 있는 통계 지표들

내수 경기 흐름을 알 수 있는 경제 통계 지표로는 소비자심리지수, 소매판매 지표, 각종 생산(서비스업, 광공업) 지표, 각종 투자(설비, 건설 등) 지표 등이 있다. 각 지표들은 기획재정부가 매달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면서 공개된다. 각 지표들의 최근 흐름을 살펴본다.


소비자심리지수

소비자심리지수는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총 6개의 주요 개별지수를 표준화하여 합성한 지수이다. 한국은행이 매월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동향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기준이 되는 지수는 100으로 2003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장기평균값이다. 만약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2003 ~ 2015년의 소비자심리지수 장기평균값보다 높다는 의미로 사람들이 현재 경기 상황이 과거 평균 수준보다 좋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1월 기준 소비자심리지수는 101.6으로 2023년 11월 97.2 이후 2개월 연속 소폭 상승한 상황이다.

소비자심리지수
소비자심리지수, 출처 – 네이버 경제


판매 지표 – 소매판매

소매판매는 상품의 소비를 보여주는 통계 지표이다.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로 나눠서 통계를 낸다. 내구재는 내구성이 강하고 고가여서 한 번 사면 수년 이상 사용하는 자동차, 가전제품 같은 상품이 포함되며, 준내구재는 1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비교적 저가인 품목들인 옷, 신발, 가방 같은 상품들, 비내구재는 수시로 사야하는 식품, 책, 문구류 같은 상품을 의미한다.


2024년 2월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3년 12월 내구제, 준내구재, 비내구재 판매는 전월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로는 0.8%, 전년 대비로는 2.2% 감소했다. 자동차 판매량은 늘었으나 백화점, 할인점 카드승인액은 감소했다.

소매판매 지표
소매판매 지표, 출처 – 기획재정부



생산 지표 – 서비스업 생산, 광공업 생산

내수 경기가 좋다면 소비가 활발하니 이를 뒷받침하는 생산도 활발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이 활발하다면 생산 지표도 증가세를 보인다.

서비스업 생산은 각종 서비스업의 생산을, 광공업은 광업과 공업의 생산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들은 광공업보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서비스업 생산 지표가 내수 경기와 더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0.2% 증가했다. 단, 부동산업에서는 3.7%나 감소해서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차량 연료 판매나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증가했으나,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는 감소해서 양극화되는 모습도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 지표
서비스업 생산 지표, 출처 – 기획재정부


투자 지표 – 설비 투자, 건설 투자

내수 경기가 좋다면 투자 경기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투자 지표는 크게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로 나뉜다.

설비투자는 건물, 기계, 설비와 같은 곳에 새로 투자되는 증가분을 말한다. 장비를 새로 마련하는 것도, 노후된 장비를 교체하는 것도 포함된다. 설비투자가 활발해지면 자재의 구입이나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 지급된 임금의 소비 등을 통해 경기가 활성화되게 된다. 설비투자지수는 크게 기계류와 운송장비 두 부분으로 나뉜다.

2023년 12월 설비투자지수는 운송장비 투자는 감소했으나 기계류 투자가 늘어나면서 전월대비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전년동월과 비교하면 5.9% 감소한 수치다.

설비투자지수
설비투자지표, 출처 – 기획재정부


건설투자는 23년 4분기 기준 전기 대비 4.2% 감소, 전년 동기 대비는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실히 최근 건설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음을 통계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건설투자지표
건설투자지표, 출처 – 기획재정부



정리

경제 지표 통계라는게 과거에 발생했던 일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경기보다 지표가 후행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지금 당장의 경기 상황을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반적인 추이를 보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2월에 발표된 작년 12월과 올해 1월의 통계들을 살펴보면 내수가 침체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나 서비스업생산,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매판매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소매판매지표 하락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데 돈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내수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물건이 안 팔리면 재고가 쌓이고, 재고가 쌓이면 생산을 줄여야 한다. 생산이 줄어들면 고용과 투자가 감소해 경기가 위축되게 된다. 언론이 소매판매 지표 하락에 주목하는 이유다.

소비·투자 ‘뒷걸음질’…경기회복 가로막는 ‘내수부진’ 심화 – 경향신문 (khan.co.kr)


그러나 한 편으로는 소매판매 지표만 반등하면 나머지 지표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내수 경기가 반등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서비스업보다는 반도체 상승 흐름에 기댄 제조업에서 경기 개선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언론에서 3월부터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수 경기 회복
내수 경기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