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차대조표와 가계금융복지조사 – 가구당 순자산 결과 비교와 차이나는 이유

한국은행에서 2024년 잠정 국민대차대조표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이슈가 되었던 내용은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약 6억원이라는 사실이었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빚이 없는 순자산만 6억원이다. 이 내용을 본 대부분의 국민들은 허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평균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절반은 커녕 4분의 3에 가까운 가구의 순자산이 6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국민대차대조표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당 순자산 조사 결과가 왜 다르게 나타나는지 이유를 분석해 본다.

2024 국민대차대조표 기사
2024 국민대차대조표 기사



국민대차대조표 조사

국민대차대조표 조사는 한국은행에서 매년 실시하는 조사이다.

국민대차대조표는 각 경제주체인 가계(비영리법인 포함), 기업,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유형이나 무형의 실물자산 및 대내외 금융자산과 부채를 기록한 통계이다. 기업의 재무상태표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의 재산 상태를 보여주는 표라고 할 수 있다.

국민경제 5대 통계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통계 자료이기도 하다.

그럼 간단하게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 조사 결과를 요약해보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본다.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 조사 내용 요약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총 자산은 2경 4,105조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 2경 2,888조원 대비 약 5% 늘어난 수치다.

비금융자산은 2.9%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순금융자산은 56%나 늘었다. 그러나 순금융자산이 전체 자산 비중의 7%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금융자산을 적게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통계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었다.

한국은행은 순금융자산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 해외 주식 투자 수익을 들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부는 상품만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투자 수익으로도 꽤 많은 부를 얻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2024 국민대차대조표 현황
2024 국민대차대조표 현황


2024년 자산 종류별 증감 내용을 보면, 순금융자산이 가장 많이 늘었고, 건설자산과 토지자산이 뒤를 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치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재고자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자산들은 이전 대비 비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2024 국민대차대조표 자산 증감
2024 국민대차대조표 자산 증감


우리나라 전체 자산 비중을 보면 부동산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 토지자산과 건설자산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자산을 합치면 전체의 81% 수준이다. 가계 및 비영리법인으로만 한정하면 부동산 자산 비중은 74% 정도로 줄어들긴 하지만, 금융법인을 제외하고는 비금융법인, 정부, 가계 모두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이다.

2024 국민대차대조표 자산형태별 순자산
2024 국민대차대조표 자산형태별 순자산


아래 원그래프를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금융자산이 전체 순자산의 4분의 1수준 밖에 되지 않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인 1경 3,068조를 우리나라 가구수로 나누면 가계 평균 순자산은 5억 8,916만원이 된다. 기사에서 말한 6억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2024 국민대차대조표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
2024 국민대차대조표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



가계금융복지조사

우리나라에서 가계의 자산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국민대차대조표 통계와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가 가장 대표적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우리나라 가계의 경제생활 수준과 재무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통계 조사이다. 가구의 자산과 부채, 소득, 지출 관련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서 국가 정책 수립 기초 자료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내용 요약

이번에는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확인해본다. 두 통계에서 가계 자산 규모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지금부터 한 번 비교해보려고 한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우리나라 가구의 순자산 평균은 4억 4,894만원으로 조사되었다. 국민대차대조표에서 제시한 순자산보다 약 1억 4,000만원 가량이나 낮다(낮은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순자산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순자산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도 국민대차대조표 통계와 비슷하게 가계 자산 중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 비중이 4분의 3에 육박하고, 금융자산 비중은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은 두 통계의 결과가 동일하다.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자산별 비율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자산별 비율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 부분이다. 국민대차대조표 통계에서는 가계별 평균 순자산이 5억 8,000만원이라고 했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전체 가구의 약 57%가 3억원 미만의 순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억원 미만 순자산 보유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77.5%가 해당된다.

어떻게 된 일일까?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3억 이하 비율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3억 이하 비율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6억원 이하 비율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6억원 이하 비율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말하는 ‘순자산 보유액 구간별 가구 분포’는 평균값이 아닌 중위값의 개념이다. 자산 하위 1위부터 100위까지 쭉 세워놨을 때 하위 57위 가구까지 자산이 3억 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가구당 순자산 평균이 4억 5,000만원 가까이 나온 것은 상위 20%가 전체 순자산의 63%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상위 20% 순자산 점유 비율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상위 20% 순자산 점유 비율


평균은 이들의 순자산까지 반영되어 계산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위 계층의 순자산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소득이나 자산 통계에서는 평균값보다는 중위값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평균값은 상위층에 의해 왜곡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구당 순자산 평균 4억 5,000만원도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동의할만한 내용을 다뤄본다. 바로 세대주별 나이에 따른 순자산 비교이다. 39세 이하, 즉 2030 세대의 가구별 평균 순자산은 2억 2,0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가구당 순자산 평균은 506070세대가 다 올려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들 세대가 가장 부유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젊은층 입장에서 이런 통계 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박탈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연령별 자산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 연령별 자산



두 조사에서 가구당 순자산이 차이 나는 이유

국민대차대조표 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가계 순자산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이다.


1. 조사 시점의 차이

가계금융복지조사는 2024년 3월 말 기준이고, 국민대차대조표 조사는 2024년 말이 기준이라는 것이다. 두 조사의 시점이 같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결과가 같을 수는 없다. 따라서 같은 시점의 가계 자산을 비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다.


2. 조사 대상의 차이

국민대차대조표 조사에서는 가계와 비영리법인을 같은 범주로 묶어서 조사했다. 그러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통계적으로 추출한 전국의 2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아무래도 비영리법인의 자산까지 포함되는 국민대차대조표 조사의 순자산이 더 많이 잡힐 수 밖에 없다.


3. 자산 범위의 차이

국민대차대조표 조사는 설비 자산과 지식재산생성물, 재고자산까지 모든 범위의 자산을 포함한다.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가계의 저축액, 전월세보증금, 부동산, 기타실물자산 정도의 자산만 포함해서 계산한다. 아무래도 자산의 범위가 넓은 국민대차대조표의 금액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4. 표본의 차이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전수 조사가 아니고 표본 조사이다. 따라서 아무리 표본을 통계적으로 균일하게 추출한다고 해도, 이에 따른 오차가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국민대차대조표는 전체 자산을 가지고 계산을 하다보니 두 조사의 자산 결과에 차이가 날 수 있다.



마무리

지금까지 국민대차대조표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해보고, 두 조사에서 가구당 순자산이 차이나는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정리 결과 가구당 순자산을 보기 위해서는 국민대차대조표 통계보다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조금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표본 조사라는 한계가 있지만, 가계를 대상으로 하고 가계와 관련된 자산만 포함해서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아래 자료를 참조하면 된다.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 결과(잠정) – 보도자료 | 브리핑룸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 부처 브리핑 | 브리핑룸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집값 상승·해외증시 호조…국민순자산 2경 4000조 돌파 | 서울경제



※ 그 외 다양한 경제 통계 관련 자료들


내수 경기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지표들 – 소매판매지수, 서비스업 생산

한국 가계 부채 통계와 현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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