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재개발과 재건축)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분류가 정말 다양하다. 같은 정비사업이어도 주민이 설립한 조합이고 조합의 힘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지, 아니면 주민이 설립한 조합이지만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지, 아니면 LH나 SH같은 공기업이 토지등소유주의 위임을 받아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지에 따라서 사업 속도나 적용되는 혜택 및 규제가 달라진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인 민간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아닌 지자체나 공기업의 도움을 받는 공공정비사업(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과 공공주도정비사업의 특징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봤다.
공공정비사업(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과 공공주도정비사업(공공주도 3080+) 개요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방식의 사업이다. 차이는 ‘주도’라는 단어가 있는냐 없느냐인데 이게 핵심이다. 공공주도정비사업이 공공정비사업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되니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 공공정비사업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으로 나뉘며, 공공주도정비사업은 공공주도 3080+ 사업으로도 불린다.
공공정비사업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같이 주민과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며 공공은 사업을 분석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2020년 8월 4일에 발표된 8.4대책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공공재개발로 선정된 지역의 경우 지정 이후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실거주가 가능해야 매수할 수 있다. 대신 아래 설명할 공공주도정비사업처럼 현금청산을 당할 우려는 없다.
반면 공공주도정비사업은 LH나 SH가 사업을 직접 단독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말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공공주도정비사업의 권리산정기준일은 다른 방식의 사업들과 내용이 완전히 달라 현금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공공주도정비사업은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이다.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 국토교통부에서 개설한 홈페이지까지 있을 정도로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이다.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molit.go.kr)
줄여서 공공주도 3080+ 사업으로 불리며 역세권은 주거상업고밀지구로, 준공업지역은 주거산업융합지구로, 노후주거지역은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나눠서 3가지 종류로 추진된다. 현재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권리산정기준일인 2021년 6월 29일 이후로 등기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2021년 6월 29일 이후에 입주권을 매수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없고 권리가액에 따라 현금보상만 받을 수 있다. 입주권에는 프리미엄 가격이 포함되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경우 매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참고로 공공정비사업(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과 공공주도정비사업(공공주도 3080+)은 주민의 동의하에 사업 방식을 전환할 수 있다. 공공정비사업 선정 지역이 공공주도정비사업이 될수도 있고, 반대로 공공주도정비사업 선정 지역이 공공정비사업으로 바뀔 수도 있다. 단, 이를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 이상이 사업 방식 전환을 동의해야 한다.
공공정비사업 – 장점과 단점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으로 추진되는 공공정비사업은 주민 중심의 민간 정비사업이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실패한 경우에 주로 채택되고 있다.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은 기존 도정법 상의 재개발, 재건축보다 사업 시행 요건이 완화된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 및 공동시행 주민 2분의 1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공모 참여를 통해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메리트는 종상향과 용적률 증가 혜택이다.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면 사업성이 좋지 않아 정비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던 사업장들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종상향이 아닌 용적률 완화를 통해 법적상한용적률의 120%를 적용하여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법정상한용적률은 250%인데 300%까지 확대할 수 있으며,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300%에서 360%까지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용적률 혜택 이외에 사업 추진 단계에서 인허가 사항을 통합 심의로 진행할 수 있어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분양가상한제 대상에서 면제된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사업 추진 주체로 조합이 아니고 LH나 SH 등이 지정됐을 경우 조합 설립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어 사업 기간이 추가로 단축된다는 장점도 있다.
공공재건축 사업은 종상향을 통해서 용적률과 층수제한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인다. 공공재건축 정비구역은 1단계 종상향이 되어 해당 지역에 적용되는 용적률 상한까지 사업 시행이 가능해진다. 다만 공짜로 해주는 것은 아닌데 늘어난 용적률의 50%를 기부채납해야 하고 그중 50%는 공공분양주택으로, 나머지 50%는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 해야 한다. 공공재개발과 마찬가지로 통합 심의를 통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공공정비사업, 그 중에서도 특히 공공재건축은 이 기부채납 문제 때문에 사업 추진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강남이나 목동 등 거주 환경이 좋고 용적률 여유가 많은, 한 마디로 사업성이 좋은 지역에서는 공공재건축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사업성을 더 높일 수 있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대신 건축 후에 그만큼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고 닭장 같은 고밀도 주택이 되기 때문이다. 용적률 추가 혜택 없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재건축 단지라면 굳이 공공재건축의 형태로 재건축 할 메리트가 떨어진다.
공공재개발 사례 – 신설1구역
공공재개발은 서울에서 20곳이 넘는 곳이 추진 중에 있다.
정비사업 > 공공재개발 > 추진현황 > 기존구역 (seoul.go.kr)
그중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구역 중 하나가 신설1구역으로 2022년 12월 기준 정비계획 심의가 통과되었고 2025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신설1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0년 넘게 사업이 정체되어 왔었다. 2022년 1월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었고 6개월만에 주민 동의율 70%를 확보하면서 L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신설1구역에는 최고 높이 25층, 299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이중 109세대는 일반공급으로, 110세대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동대문구, ‘14년 정체’ 신설1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박차 – 한강타임즈 (hg-times.com)
공공재건축 사례 – 망우1구역
망우1구역은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178-1 일대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2012년 5월 조합설립인가가 났으나 각종 분쟁으로 구역 해제를 위한 주민 투표도 진행되는 등 10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고 있었다. 사업 지연 이유는 사업성 부족이었다. 이후 공공재건축 방식으로 추진을 선택했고 그 결과 제2종일반주거지역이었던 것을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시켜 용적률을 91%p 높이고 최고 층수도 23층까지 올려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총 438세대, 이중 일반분양 물량 146세대를 확보했다. 대신 늘어난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64세대(공공분양 29세대, 공공임대 35세대)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공공주도정비사업 – 장점과 단점
공공주도정비사업(공공주도 3080+)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민간 정비사업과 공공정비사업과 달리 조합이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지등소유권을 LH나 SH에 모두 위임하고 LH나 SH가 사업의 주체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LH나 SH 등의 기관에 의해 결정된다. 조합이 없기 때문에 사업 시행 시 발생하는 이익을 주민들이 가질 수 없다. 대신 만약 사업 시행 시 손해가 나더라도 주민들에게 추가 분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주민 입장에서는 안정성은 있지만 수익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공공주도정비사업도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같은 공공정비사업의 혜택처럼 종상향과 용적률 상승, 건물 층수 제한 완화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조건에 따라 최대 500%, 50층까지 건설이 가능해진다. 인허가 절차를 통합 심의하기 때문에 정비사업 기간도 크게 줄어든다. 공공주도정비사업은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인 반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주도정비사업의 경우 1년 내로 토지등소유주의 3분의 2 이상이 사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이 아예 취소된다. 주민의 동의를 우선시 하는 사업 방식이기 때문에 주민 동의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공공주도정비사업의 단점은 아래와 같다. 공공주도정비사업(공공주도 3080+) 사업은 조합이 없기 때문에 주민의 의견이 사업 진행 방향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주민대표회의를 둬서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사업의 주체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의견이 갈리거나 갈등이 일어날 경우 결국에는 주민 의견보다는 LH나 SH의 의견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는 없지만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점도 공공주도정비사업의 단점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은 조합원들의 수익 사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소유주 입장에서 공공주도정비사업은 이런 점에서는 다소 아쉬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주도정비사업 사례 – 증산4구역
공공주도정비사업인 공공주도 3080+ 사업 선정 지역 중 가장 진도가 빠른 구역은 증산4구역이다. 증산4구역은 2012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개발이 지지부진하면서 결국 2019년 구역이 해제되었다. 이후 2021년 3월 공공주도 3080+ 1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되었고 다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민간 정비사업으로 추진될 당시 적용 받았던 용적률 247%보다 48%p 높은 295%의 용적률을 적용 받아 총 4,112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공공주도정비사업의 장점인 용적률 향상을 부여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되고 2년이 지난 2023년 4월을 기준으로 현재 시공사 선정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민간 정비사업이 어려운 지역은 공공주도정비사업 진행도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1차 ~ 5차까지 사업지가 선정되었으며 공공주도 3080+ 사업으로 선정된 지역은 아래와 같다.
위에서 본 증산4구역 외에도 쌍문역 동측, 불광1 근린공원, 수색14구역의 사업 진행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른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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