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한참 뜨거웠던 2021~2022년 부동산 시장에서 유행하던 상품이 크게 두 가지 있었다. 생활형숙박시설(생숙)과 장기민간임대아파트였다. 당시 부동산 규제가 절정에 달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대표적인 상품들인 생숙과 장기민간임대아파트가 투자자들의 눈에 띄었고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할만큼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끝나고 고금리 시대가 찾아왔고,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률까지 시행되자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관심은 눈녹듯 사라졌다(생활형 숙박시설(생숙) – 주택과의 차이점). 그렇다면 장기민간임대아파트의 현재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용인 수지구청역 인근에서 분양했던 롯데캐슬 하이브엘의 사례를 통해 장기민간임대주택의 현재 모습과 투자 성공 여부에 대해 살펴본다.
장기민간임대주택이란?
장기민간임대주택이란 민간 사업자가 공공의 지원 없이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최소 10년을 임대주택으로 사용한 후 분양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주택이다.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 장기민간임대주택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주택수에는 포함되지 않아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피해갈 수 있었고, 거주하는 10년 동안 취득세와 재산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청약통장이 없어도 추첨으로 당첨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는 점도 당시 치열했던 청약 시장에서 한 줄기 돌파구로 각광 받았었다. 이외에도 전매가 가능해서 프리미엄(피)을 받고 매도하려는 단기 투자용으로 접근한 투자자도 많았다.
장기민간임대주택의 결정적인 특징은 임대주택 거주자에게 분양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사실이다. 분양우선권을 준다는 의미는 해당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10년 후 해당 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의미와 같다. 단,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매매예약금이라는 비용을 내야 권리가 생긴다.
롯데캐슬 하이브엘과 매매예약금
롯데캐슬 하이브엘은 롯데마트 수지점으로 사용하던 부지에 들어서는 장기민간임대주택이다. 롯데에서 2021년 9월에 분양을 받았고 당시 전국민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데 성공했다. 신분당선 역세권 신축 아파트로써 수지의 인프라와 학원가를 공유할 수 있고 향후 용인플랫폼시티의 배후 지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입지적 장점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롯데캐슬 하이브엘은 총 715세대를 공급하며 715세대 모두 전용 84제곱미터로 이루어져 있다. 2025년 6월에 입주를 시작할 예정으로 지금 한창 공사중에 있다.
당시 임대보증금은 8억 6,000만원 ~ 8억 8,000만원이었다. 분양공고에는 월세가 매월 100만원이 추가로 더 있다고 나와있었지만, 분양우선권을 받은 세대에게는 월세가 면제된다는 규정이 있어서 사실상 분양우선권 선택이 강제되었다.
분양우선권을 얻는 대가로 임차인들은 매매예약금을 내야했다. 분양 당시에는 매매예약금이 구체적으로 언급이 되지 않아서 투자자들이 많이 궁금해했는데, 롯데캐슬 하이브엘의 분양 전환을 위한 최종 매매예약금액은 총 5억 3,500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즉 2035년에 롯데캐슬 하이브엘 아파트에 등기를 치려면 임대보증금 약 9억원에 매매예약금 5억 3,500만원을 더한 약 14억 3,500만원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임대보증금도 9억원이라 절대 저렴한 편이 아닌데, 여기에 매매예약금까지 당장 내라고 하면 감당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이 매매예약금을 2025년 입주 시 2억 6,000만원, 2035년 분양 전환 시 2억 7,500만원으로 나눠서 낼 수 있게 했다(분납 가능). 입주 시 2억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중 1억원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 간 3,000만원(2026년) / 3,000만원(2027년) / 3,000만원(2028년) / 1,000만원(2029년)으로 나눠서 낼 수 있게 했다. 즉 입주 시에는 임대보증금 9억원과 매매예약금 1억 6,000만원을 더한 10억 6,000만원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롯데는 여기서 임차인들에게 매매예약금 선납 할인을 추가로 제안했다.
2035년 등기 시 내야하는 매매예약금 2억 7,500만원 중 1억 7,000만원을 선납(2025년 입주 시 납부)하면 1억 원을 할인해주고 남은 500만원만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매매예약금 선납을 선택하면 최종적으로 선납을 선택하지 않은 것보다 1억원 저렴한 13억 3,500만원에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장기민간임대주택 투자, 성공이었을까?
이제부터는 롯데캐슬 하이브엘의 가격을 통해 장기민간임대주택 투자가 성공적인 투자였는지 분석해보도록 한다.
롯데캐슬 하이브엘과 수지구청역에서 비슷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수지파크푸르지오와 가격을 비교해본다. 수지파크푸르지오는 2019년에 준공된 아파트로 430세대 규모의 아파트이다. 수지파크푸르지오 전용 84의 매매 호가는 중층 이상 기준 11억원 내외로 형성되어 있고, 실거래가는 이보다 다소 낮은 10억 6,000만원이다.
수지파크푸르지오의 2024년 가치를 11억원으로 보고, 매해 물가상승률을 3%씩 적용해서 11년 후인 2035년의 가치를 계산해보면 약 15억 3,000만원 정도가 나온다. 물가상승률을 2%로 적용하면 13억 7,000만원 정도이다.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이 연간 약 2%였으니 이를 적용해서 계산해보면 선납할인을 선택한 경우에 시세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하게 되며, 선납할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6,000만원 정도 더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하게 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결과만 놓고 본다면 2021년 당시 장기민간임대주택 투자가 현재로썬 그리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매매예약금 문제로 소송까지 가게 된 다른 장기민간임대주택인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아파트는 임차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애초 계약 시 매매예약금을 선불로 내라는 조건이 없었는데 계약 이후 매매예약금 3억원을 당장 내야 분양우선권을 준다고 해서 시행사와 임차인 계약자들 간에 갈등이 생긴 경우다. 계약자들은 매매예약금을 아예 안 내겠다는 게 아니라 분양 전환 시 내겠다는 입장이고, 시행사는 지금 3억원을 우선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에서 장기민간임대주택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매매예약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서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임대주택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소송전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이와 같이 주변 경쟁 아파트 시세 대비 큰 메리트 없는 가격과, 매매예약금으로 인한 갈등까지 생긴 걸로 봐서는 장기민간임대주택 투자가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실거주를 하면서 동시에 세금과 각종 비용 등을 절약하면서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있기 때문에 무조건 실패라고 보기도 어렵다.
장기민간임대주택 투자의 최종 평가는 분양 전환이 이루어지는 10년 후에야 확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10년이면 강산도 한 번 변한다는데, 향후 금리나 부동산 시장 변화에 따라 투자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