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레미콘 공장 현황 및 배치 플랜트 설치 갈등 정리

서울 아파트는 점점 노후화되고 있고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재건축에 필요한 핵심 재료인 레미콘 수급이 서울에서 원활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의 레미콘 공장과 배치 플랜트 건설 갈등에 대해서 정리해 본다. 먼저 콘크리트와 레미콘의 개념에 대해서 확인해 본다.



콘크리트와 레미콘, 믹서트럭의 개념

우리나라에서는 콘크리트와 레미콘의 개념이 혼재되어 사용 중인데 개념부터 먼저 확인해본다.

현대 사회에서 건축에 필수적인 재료 중 하나가 바로 콘크리트이다. 콘크리트는 석회석에서 얻은 시멘트 가루, 모래, 자갈과 물을 일정 비율로 섞은 재료이다. 저렴하고 단단해서 건축 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레미콘은 Ready Mixed Concret(RMC)의 약자로 공장에서 미리 섞어 놓은 콘크리트를 뜻한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수동으로 콘크리트를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이 경우 콘크리트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장에서 콘크리트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 바뀌게 되었다.

콘크리트
콘크리트(레미콘)


우리나라에서는 레미콘을 콘크리트를 운반하는 차량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로 이런 차량은 믹서트럭(Mixer Truck)으로 불리며 사실 엄밀히 말하면 레미콘은 믹서트럭이 옮기는, 믹서트럭 통 내부에 있는 만들어진 콘크리트를 의미한다.

믹서트럭
믹서트럭


레미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만든 지 90분 이내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시멘트 가루와 물을 섞어 콘크리트가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굳기 시작한다. 믹서트럭의 통이 빙글빙글 돌면서 콘크리트가 굳는 것을 방지하지만 90분이 지나면 단단하게 굳는 경화반응이 시작된다. 콘크리트가 타설 전에 굳어버리면 강도에서 문제가 생기고 이는 건축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만들어진지 90분이 넘은 레미콘은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서울과 인근 지역에는 건설 현장의 레미콘 수급을 위해 각 권역별로 레미콘 공장이 있었다. 문제는 최근 서울에 있는 레미콘 공장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는 점이다.


사라진 레미콘 공장들

서울에는 불과 8년 전만 해도 총 5개의 레미콘 공장이 있었다.

구로, 성수, 세곡, 장지, 풍납동에 레미콘 공장이 한 곳씩 있어서 서울 대부분 지역에 90분 이내에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8년 만에 5곳 중 3곳이 사라지고 2곳만 남게 되었다. 남은 레미콘 공장 두 곳의 위치는 서로 1km도 떨어져 있지 않고 인접해 있어서 서울 전역으로 레미콘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레미콘 공장 현황
서울 레미콘 공장 현황


서울 레미콘 공급 공백
서울 레미콘 공급 공백


폐쇄 예정인 풍납동 레미콘 공장
폐쇄 예정인 풍납동 레미콘 공장


세곡동 레미콘 공장
세곡동 레미콘 공장



배치 플랜트 설치

레미콘 공장이 없어지니 90분 이내에 레미콘을 공사장까지 운반하기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공사를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대안이 필요했다. 대안은 공사장에서 레미콘을 만들어 쓰는 것이다. 공사장에 레미콘을 만들 수 있는 임시 시설(배치 플랜트)을 설치하면 믹서트럭으로 레미콘을 옮기지 않아도 현장에서 바로 레미콘 조달이 가능하다. 믹서트럭은 현장에 설치된 배치 플랜트에서 공사장 내부의 필요한 곳으로 레미콘을 옮겨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레미콘 배치 플랜트
레미콘 배치 플랜트


문제는 배치 플랜트를 설치하는 조건이 정해져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경우에 배치 플랜트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 90분 이내에 레미콘 운반이 불가능한 경우
  • 특수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경우
  • 레미콘 수요성수기에 공사를 하는 경우
  • 레미콘 수요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


배치플랜트 설치 조건
배치플랜트 설치 조건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레미콘 수급이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하여 배치 플랜트 설치 기준 완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내용의 핵심은 대형 국책사업에 한해 배치 플랜트에서 필요한 레미콘 100% 생산 가능, 시공사 외에 공공공사의 발주자도 배치 플랜트를 설치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단, 레미콘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서 레미콘 제조업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배치 플랜트를 설치하게 했다.

건설현장 현장배치플랜트 설치기준 완화…”건설 품질·안전 강화” – 정책뉴스 | 뉴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규정을 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굉장히 피상적이고 모호하게 되어 있다. 레미콘 수요성수기가 언제인지, 수요량이 급격히 증가하는게 얼마만큼인지 수치로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해석에 모호함이 있다. 이 해석을 두고 시공사와 레미콘(믹서트럭) 종사자들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로 인해 지금까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배치 플랜트가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 내에 레미콘 공장이 사라지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배치 플랜트 설치로 인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치 플랜트 갈등 – 믹서트럭 vs 건설사

건설사 입장에서는 90분 이내에 제대로 레미콘 수급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고, 공사비 절약 측면에서 배치 플랜트 설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 설치 비용(수백 억원)이 많이 들긴 하지만 레미콘 사용량이 많을 경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적은 비용으로 재료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믹서트럭 운전자 입장에서는 배치 플랜트가 확대될 시 레미콘 운송량이 줄어서 생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배치 플랜트를 운영 중인 반포 1,2,4주구 재건축(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사업장에서는 레미콘 사용량의 50%를 배치 플랜트로 생산하고 있다. 워낙 대단지(5,000세대)이고 반포 지역이 교통체증이 심해 레미콘 유효 시간인 90분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믹서트럭 이용량이 줄어들었고, 믹서트럭 운전자들의 일거리가 크게 줄어든 것이 체감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60초 리뷰

레미콘 업체들이 영세한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레미콘 업종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로 보호받고 있어서 자본과 효율의 논리로만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정리

서울의 노후 건축물은 향후 10년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에서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정비사업만 1,00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레미콘 공급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믹서트럭 면허 개수 역시 정부에서 통제 중이라 믹서트럭 공급이 막혀 레미콘 운반비는 상승 추세에 있다.

공사비 상승 중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레미콘 가격일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치 플랜트 설치 활성화는 공사비를 낮출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레미콘 업계와 시공사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우수한 품질의 레미콘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아 양질의 건축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HUG-i로 분양받은 아파트 공정률 확인하는 방법

청약 공고 일찍 확인하는 방법(ft. 국가보훈부, 중소벤처기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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