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파트 청약과 분양 제도의 특징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서 시장 논리에 의해 적정선에서 가격이 책정되어 거래되는 것이다. 아파트도 재화의 하나이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따른다면 수요에 따라 공급 가격이 정해지게 된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로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내려야 한다. 개인끼리 거래하는 아파트 가격은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작용하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에 적용되는 아파트 청약에는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 아파트 분양 시 적용되는 우리나라만의 청약 제도라는 제도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 청약 제도와 분양 제도의 특징에 대해 정리해본다.



우리나라 청약 제도 특징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청약을 제도화 한 것은 1970년대이다. 1970년대는 모두가 알다시피 강남 개발이 본격화 되었을 때다. 허허벌판, 비만 오면 물에 잠겼던 땅을 대규모로 개발해서 정부 기관과 버스 터미널, 명문 중, 고등학교들을 강남으로 내려보냈고 압구정동, 반포동, 대치동 일대에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강남 개발 당시 정보의 비대칭성과 기타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많은 돈을 벌어가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나친 빈부 격차와 부정부패는 사회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막고자 공정하게 아파트를 분배하는 제도인 청약 제도를 법적으로 마련하게 되고, 이때 마련된 청약 제도가 기본적인 근간을 유지한 채 세부 내용만 수정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복부인
복부인

우리나라 청약 제도의 특징은 돈만 많다고 해서 아파트에 당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이 아니고 가점이 높아야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수 있다. 추첨제로 뽑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청약 가점에 따라 당첨자를 가리는 청약 가점제가 기본 형태인게 우리나라 청약 제도의 특징이다.

최근에는 청약 가점이 낮은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을 배려하기 위해 특별공급의 형태로 배정하는 물량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난 특징도 있다. 아파트 청약이라는 것이 아파트라는 재산, 즉 부를 재분배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시장과 자본의 논리보다는 사회 정의와 공정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약홈
청약홈 – 청약에 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는 기관이다



우리나라 분양 제도 특징 – 선분양

우리나라 분양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선분양을 주로 한다는 점이다. 선분양은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을 먼저 한다는 의미다. 선분양의 반대말은 후분양으로 후분양은 아파트를 거의 다 지어놓고 분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의 대부분은 선분양이기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 받을 당시에는 아파트가 없고 빈 땅이나 땅파기를 하고 있는 땅만 있는 상태이다. 분양자들은 모델하우스에 마련된 유니트(심지어 모든 타입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음)만 보고 수십 가지 옵션 중 필요한 옵션을 선택하고 수천 만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내고 아파트를 분양 받고 있다. 어떻게 완성될 지도 모르는,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사면서 완성품을 보지도 않고 덥썩 사는 게 논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외에도 아시아권인 홍콩이나 일본, 베트남, 북미의 캐나다에서도 선분양을 통해 아파트를 공급하는 경우가 있다. 논리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선분양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선분양을 하고 있다.

선분양 땅파기
선분양 땅파기 – 성남 복정지구 일대


모델하우스
모델하우스


아파트 선분양을 하는 이유는 분양을 받는 사람이나, 분양을 하는 사람이나 선분양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분양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완성품을 보지 못하고 사는 건 리스크가 있는 행동이지만, 아파트가 지어지는 3~4년의 시간 동안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파트를 짓는 동안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중도금 대출을 잔금 대출로 전환할 때 일전에 냈던 계약금까지 잔금 대출로 커버할 수 있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분양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선분양은 적은 돈으로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신이 가진 자본이 적어도 계약금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중도금을 통해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분양을 한다면 온전히 자신의 신용과 자본으로 미분양의 리스크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선분양은 미분양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일종의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버리지 효과
레버리지 효과



정리

우리나라 청약 제도와 분양 제도의 특징을 정리해봤다. 지금까지 아파트 선분양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선분양이 후분양보다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선분양이 유리했지만, 앞으로 변화될 사회 환경에서는 후분양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 앞으로도 선분양의 흐름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