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해서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선거 결과에 따라 상급지와 하급지를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상급지일수록 보수 정당의 지지율이 높다는 것인데, 선거 결과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실제로도 그렇다. 서울에서 최상급지로 꼽히는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용산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매우 강하고, 하급지로 꼽히는 노도강금관구는 진보 정당 지지세가 강하다. 이번 글에서는 우선 대통령 선거 결과 강남3구와 용산구 중 이재명 후보가 승리한 동 지역을 정리해 본다.
강남3구와 용산구
서울은 크게 도심권, 동남권, 동북권, 서남권, 서북권 5가지 권역으로 나눌 수 있고, 이 중 동남권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부동산 가격이 비싼만큼 부자들이 많이 살고 부자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규제나 복지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높다. 통상적으로 강동구를 제외한 서초, 강남, 송파 3개 구를 강남3구라고 부른다. 현재 서울 부동산 규제지역으로는 이 강남3구와 용산구까지 총 4개 자치구가 지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자치구 단위로 보면 서초, 강남, 송파, 용산 모두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득표율이 진보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득표율보다 높았다. 그러나 동단위로 자세히 살펴보면 서초, 강남, 송파 중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김문수 후보 득표율보다 높은 지역들이 꽤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 2025 대선 제21대 대통령 선거 서울시 결과 | 연합뉴스


강남구
강남구는 진짜 부자들의 동네이다.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단 한 곳의 동도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더 득표한 동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김문수 후보의 올킬이다. 압구정동 같은 경우는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이 78%에 이른다. 그러나 강남구 내에서 다른 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빌라나 원룸이 많은 역삼1동 같은 경우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긴 했지만, 비율에서 큰 차이가 남을 확인할 수 있다.


서초구
서초구도 강남구를 따라갈 뻔 했으나, 단 한 곳의 동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앞섰다. 서초구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유일한 동은 양재2동이었다. 양재2동을 제외한 모든 동에서 김문수 후보가 승리했다.
양재2동은 서초구 최외곽에 자리한 동으로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SH 임대 아파트를 제외하면 지역 내에 아파트가 하나도 없다. 빌라도 많은데 임대 아파트까지 있으니 진보 정당 지지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송파구
송파구는 확실히 강남구나 서초구에 비해 클래스가 낮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송파구에서는 27개 동 중 11개 동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송파구 전체 득표율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앞섰지만, 동별로 보면 3분의 1 정도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송파구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동은 아래와 같다.
- 장지동
- 위례동
- 삼전동
- 석촌동
- 송파1동
- 방이1동
- 풍납1동
- 거여1동
- 거여2동
- 마천1동
- 마천2동
송파구 내에서 위 동들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빌라 밀집 지역
- 임대 아파트 밀집 지역
- 송파 내 하급지
삼전동, 석촌동, 송파1동, 방이1동, 풍납1동의 경우는 송파구 내의 대표적인 빌라 밀집 지역들이다. 빌라들이 잠실동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인데 아파트 지역에 비해 진보 정당의 득표율이 높게 나오는 특징이 있다. 이중 방이1동과 풍납1동은 좀 억울할 수 있다. 방이1동은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고작 6표를, 풍납1동은 고작 17표를 더 얻어서 이 명단에 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방이1동에는 빌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방이동 코오롱아파트와 대림 아파트 같은 아파트가 있고 풍납1동에도 한강변을 따라 동아한가람, 씨티극동아파트가 있다(씨티극동아파트는 점점 아파트 높이가 낮아지는 그 이상하게 생긴 아파트가 맞다). 참고로 비슷한 환경인 방이2동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300표 이상을 더 얻었다.



장지동과 위례동의 경우는 임대 아파트가 많은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장지동에는 송파 파인타운에 임대 아파트가 많고,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있는 10개 아파트 단지 중 2개 아파트 단지가 임대 아파트이다. 임대 아파트 단지가 2개 밖에 안 되지만, 단지가 커서 비중은 크다. 비임대 아파트가 8개 단지 5,584세대이고, 임대 아파트가 2개 단지 3,613세대이다. 전체 세대의 40%가 임대 세대인 것이다. 임대 아파트는 진보 정당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위례동 전체로 봤을 때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거여1, 2동과 마천1, 2동 같은 경우는 재개발이 진행되고 북위례 지역에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 빌라 밀집 지역이고 낙후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송파구지만 가장 외진 곳에 있고 노후도도 높기 때문에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이재명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거여동과 마천동 중에서도 구축이라도 아파트가 있고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 거여1,2동이 마천1,2동보다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다. 향후 거여마천뉴타운이 정상적으로 완료된다면, 이 지역은 모두 보수 정당의 후보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

용산구
용산구도 송파구처럼 지역별로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큰 지역이었다. 용산구를 남북으로 나눴을 때 남쪽 지역은 김문수 후보가, 북쪽 지역은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다. 용산구 16개 동 중 6개 동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용산구도 송파구와 비슷하게 3분의 1 정도의 지역에서는 진보 정당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이다. 해당되는 6개 동은 다음과 같다.
- 후암동
- 남영동
- 청파동
- 효창동
- 용문동
- 용산2가동
위 동들의 공통점은 정비사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은 빌라 밀집 지역이라는 것이다. 후암동이나 용산2가동, 청파동 일대는 경사도 심해서 거주가 불편하다는 특징도 있다. 용산이 지닌 입지적 특징 상 지가는 매우 높은 지역들이지만, 노후화된 주택과 좁은 도로, 주차의 어려움 같은 이유로 실거주 여건은 매우 좋지 않다.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위와 같은 선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효창동의 경우는 고작 56표 차이로 이재명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어서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효창동에는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 용산데시앙포레 같은 신축 아파트가 있어서 빌라들과 균형을 맞출 수 있었지만 다른 동에는 아파트가 전무하다.

정리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동들을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강남3구와 용산구 내에서도 빌라 밀집 지역, 임대 아파트 밀집 지역,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들에서 진보 정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자치구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지역은 거주 환경이 열악하거나 상대적으로 하급지로 평가 받는 지역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치와 투표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활 수준과 의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투표 결과와 상급지 사이의 관련성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서울 다른 지역의 투표 결과를 분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