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원인과 앞으로 생기는 일 4가지(ft. 비아파트)

비아파트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비아파트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해 살펴보고 왜 전세가 월세로 변하고 있는지 그 원인과 월세가 늘어났을 때 생기는 일들에 대해 분석해본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 – 비아파트

비아파트라고 하면 아파트가 아닌 원룸, 오피스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며, 지금은 비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10월까지 누계를 기준으로 22년에는 57.3% 수준이었던 것이 23년에는 63.7%로, 24년에는 68.7%까지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비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70%에 달하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외 수도권이나 지방 역시 비아파트의 경우 월세 비중이 같은 기간 동안 10%p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43% 내외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비아파트 시장과 대조를 이룬다.

비아파트 월세거래량 비중
비아파트 월세거래량 비중



비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나타나는 이유

비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나는 이유는 임대인 입장에서나 임차인 입장에서나 전세의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세는 쉽게 말하면 사적 대출이다. 전세 제도 하에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전세 보증금 명목으로 무이자로 큰 돈을 빌려주는 대신, 별도의 주거 비용 없이 주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 투자를 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이와 같은 전세 제도의 장점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사라지고 있다.


1. 임대인 입장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 비용이 낮은 이유는, 임대인이 전세로 채울 수 없는 수익을 투자를 통해 채우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투자는 부동산이 될 수도 있고 주식이 될 수도 있으나 대부분 부동산 투자에 몰려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과 은행 대출, 임대인의 자금을 합쳐서 부동산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부동산이 계속 우상향해왔기 때문에 임대인은 부동산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일반적인 월세 수준의 임대료를 받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발생했다. 비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전세가 무너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역전세와 전세사기 때문이다. 역전세 때문에 전세 보증 한도가 공시가격의 140%에서 126%로 감소했다. 사실상 임차인에게 공시가격의 126% 이상으로 전세 보증금을 받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전세 자금 대출로 뻥튀기 된 전세 시세는 매매가의 80~90% 수준이었다. 공시가격의 126% 수준으로는 도저히 전세를 내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보증 사고가 감당이 안되자 이 비율을 더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데 만약 지금 126%에서 112%로 더 낮아지면 비아파트의 전세 시장은 말 그대로 붕괴하게 될 것이다.

    전세 보증 담보비율 하향 검토
    전세 보증 담보비율 하향 검토

    임대인은 낮아진 전세 보증금만큼을 자기 자본으로 채우거나, 전세 시세와 공시가격의 126%의 차이만큼 반전세 형태를 통해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전세 매물은 줄고 반전세나 월세 매물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한국 사회가 저성장, 저금리의 구조에 들어서면서 미래의 부동산 상승 기대 가치보다 현재 월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다고 판단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전세를 유지하는게 임대인 입장에서는 수익률 측면에서 월세와 비교 시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월세로 넘어갈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임대인이 굳이 전세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전세 시장에 남아있는 임대인은 자본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전세 보증금이 필요한 임대인 뿐이다.


    실제로 전국 오피스텔의 임대 수익률은 최근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오피스텔 가격은 떨어졌지만, 월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아직 서울의 연립/다세대의 가격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전세 보증금 하락으로 연립/다세대의 매매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면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오르는 것처럼 연립/다세대의 임대 수익률도 상승할 수 있다.

    전국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
    전국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


    2. 임차인 입장

    임차인 입장에서는 최근 발생한 전세사기가 비아파트 전세 시장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전세사기가 이슈화 되기 전까지는 전세라는 제도를 믿고, 임대인을 믿고 사회 초년생들이 모아놓은 목돈이나 은행 대출을 이용해 원룸이나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의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서 전세를 살았다. 전세 자금 대출을 받더라도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사기가 이슈화 되면서 더 이상 임대인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주거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내가 힘들게 모은 목돈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해지게 되었다. 따라서 전세 수요는 줄어들고 월세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모은 목돈은 전세 보증금이 아닌 미국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추가되는 주거 비용을 미국 주식이나 코인 투자 수익으로 보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전세 대신 투자를 선택하는 MZ세대들


    월세가 늘어나면 생기는 일들

    그렇다면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1. 월세 가격 증가

    첫 번째 생기는 일은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이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가격이 오르게 되어 있다. 갭으로 투자한 경우라면 도저히 월세로 돌릴 수가 없기 때문에 월세 매물은 단기간에 쉽게 늘어나기 어렵다.

    서울의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100이었지만, 2024년에는 107.9까지 증가했다. 연립/다세대도 같은 기간 99에서 104.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2에서 91로 오히려 감소했고, 연립/다세대도 97에서 96으로 감소했다. 전세 가격 대비 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계조회 | 부동산정보통계시스템

    월세 가격 추이 변동
    월세 가격 추이 변동


    2.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의 주택 임대 시장 진출

    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글로벌 자산 운용사나 리츠 업체에서 서울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기사가 이슈화되기도 했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세금 혜택과 자본 공급을 통해 기업형 임대 시장을 밀어주고 있고, 서울 주거용 임대차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국내 자본도 주거용 임대차 시장을 노리고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월세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
    한국 월세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

    3. 매매가격 상승 촉발

    이렇게 월세 가격이 오르다보면 사람들이 매달 월세를 내는 것과,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고 이자를 내는 것과 어떤 것이 더 나은지 액수를 비교하게 된다. 월세와 이자가 별 차이가 없다면 매수쪽으로 수요가 옮겨가게 되고 이렇게 되면 부동산에 매수세가 붙으면서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부 상급지 아파트 시장에 국한될 것으로 보이며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공급 감소

    월세가 늘어나면 주택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게 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전세의 월세화 때문은 아니지만, 공사비 증가로 이미 빌라 공급은 씨가 마른 상황이다. 사람들이 신축 빌라에 전세로 들어오는 것을 꺼리게 되면서 아무도 투자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빌라를 월세로 내놨을 때 적당한 수익률이 맞춰질 시기가 오기 전까지 빌라 공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억 빌라로 5%의 수익을 내려면 월세로 180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서울에서 4억 가치의 하는 빌라에 월세를 180만 원이나 주고 살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정리

    월세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질 수도 있다. 아무리 돈을 열심히 벌어도 월세로 소비되기 때문에 집을 살 수 있는 자금을 모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월세로 시작한 인생은 계속 월세만 살다가 끝나게 되는 비극적인 일이 생긴다. 미국의 경우 임금 상승률이 월세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임대료 상승률과 임금 상승률 비교
    미국의 임대료 상승률과 임금 상승률 비교


    우리나라의 미래도 그리 밝지가 않다. 1인 가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1인 가구 중 월세 비중은 높은 편이다. 월세가 늘어나면 1인 가구의 월세 부담이 커진다. 출산율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1인 가구 월세 비중
    1인 가구 월세 비중


    전세의 월세화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찰 수 있으며, 전세의 월세화가 저출산을 가속화 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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