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개통과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 분석(ft. 역세권의 허상)

부동산 시장에서 철도 교통은 최고의 호재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지하철이 개통하고 역이 생기면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역세권이 되는 것은 의외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는 지하철 노선 개통과 인근 아파트 가격 변화를 통해 이를 검증해보도록 한다.



사례1. 수인분당선과 신분당선 개통 후 아파트 가격 변화

수인분당선과 신분당선 개통과 아파트 가격 변화
수인분당선과 신분당선 개통과 아파트 가격 변화

수인분당선은 오랜 기간 공사 끝에 힘들게 개통한 노선이다. 2012년 망포-기흥 구간이 개통했고, 뒤이어 2013년 11월 망포 – 수원 구간이 개통하면서 분당선 왕십리 – 수원역 구간이 모두 개통되었다.


수인분당선 망포역 초역세권에 있는 그대가프리미어(2010년, 600세대)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 아파트는 수인분당선 개통 이후에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최신축에 초역세권 아파트였음에도 5년간 1억 정도만 오를 정도로 거의 가격이 제자리를 유지했다.

망포역 그대가프리미어아파트
망포역 그대가프리미어아파트


신분당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분당선은 2016년 1월 2단계 구간으로 정자-광교 구간이 개통되었다. 신분당선 2단계 구간을 통해 비로소 광교신도시는 지하철을 낀 역세권 신도시가 될 수 있었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초역세권에 있는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2012년 1,700세대) 아파트도 신분당선 개통 이후 2년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개통 2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역세권 효과가 가격을 올렸다면 진작 올랐어야 했는데 2년의 텀이 있었다.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아파트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아파트


두 아파트의 사례는 지하철 개통 그 자체만으로는 아파트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례2. 4호선 진접 연장 개통 후 아파트 가격 변화

다음은 지하철 개통으로 역세권이 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을 비교해봄으로써 지하철 개통이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본다.


4호선 진접 연장선은 2022년 3월 개통되었다. 진접 연장으로 남양주 진접읍 일대가 역세권 지역이 되었고 서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진접지구에 있는 진접금강펜테리움(2010년, 790세대) 역시 진접역 역세권 아파트가 되었다.

진접금강펜테리움 아파트
진접금강펜테리움 아파트

그런데 이 아파트는 지하철 개통 이후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역세권이 되었는데 가격이 떨어지다니 상식선에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진접 연장선 개통과 아파트 가격 변화
진접 연장선 개통과 아파트 가격 변화

이번에는 남양주 다산지금지구에 있는 다산한강반도유보라(2019년, 1,200세대)와 다산펜테리움리버테라스2(2019년, 1,300세대) 아파트를 살펴본다. 두 아파트는 비역세권 아파트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들은 오히려 비역세권임에도 가격이 같은 기간 소폭이지만 올랐다.

다산지금지구 아파트
다산지금지구 아파트

역세권 유무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두 번째 근거이다.



사례3. 8호선 별내 연장 개통 후 아파트 가격 변화

다음으로 2024년 8월 개통한 8호선 별내 연장 이후 다산신도시 아파트 가격을 살펴본다.

별내선 개통과 다산신도시 아파트 가격 변화
별내선 개통과 다산신도시 아파트 가격 변화


다산롯데캐슬(2018년, 약 1,200세대)와 e편한세상다산(2018년, 약 1,600세대)은 8호선 다산역 인근에 있는 역세권 아파트이다. 두 아파트의 실거래가 그래프를 보면 별내 연장선이 개통한 2024년 8월 이후에 2,000 ~ 4,000만 원 소폭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가격이 오르긴 했으나 크게 오르지는 못한 것이다. 그나마 위의 사례와 다르게 지하철 개통이 그나마 빠르게 가격에 반영이 되긴 한 사례긴 하다.

다산역 역세권 아파트
다산역 역세권 아파트



사례4. 7호선 석남 연장 개통 후 아파트 가격 변화

마지막으로 2021년 5월 인천 석남역까지 연장된 7호선의 개통 효과를 살펴보려고 한다.


7호선 산곡역 인근은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곳이다. 많은 신축 아파트가 정비사업으로 들어섰고 지금도 들어서고 있다. 인근에 있는 3개 아파트인 쌍용더플래티넘부평(2021년), 부평그랑힐스(2023년, 약 5,100세대), 청천푸르지오(1998년, 2,200세대)의 가격을 살펴본다.

7호선 산곡역 인근 아파트
7호선 산곡역 인근 아파트


위 3개 아파트들 모두 7호선 연장 이전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개통 이후에도 가격 상승이 계속된다. 여기까지 보면 지하철 개통이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천에서 비역세권인 청라국제도시의 청라국제금융단지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아파트가 역세권이 된 위 3개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올랐다.

7호선 석남 연장 개통과 아파트 가격 변화
7호선 석남 연장 개통과 아파트 가격 변화


같은 기간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가격 변화
같은 기간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가격 변화

가격 상승의 원인은 지하철 개통으로 역세권이 된 이유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역세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분위기

지하철이 개통되고 역세권이 되는 것은 분명 호재긴 하다. 그러나 지하철 개통 하나만으로 아파트 가격을 띄울 수는 없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려면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가 상승 흐름을 타야 한다. 분위기가 좋으면 역세권이든 역세권이 아니든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역세권보다 비역세권이 더 많이 오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정보의 유통이 빨라지면서 지하철 개통으로 인한 호재가 지나치게 빠르게 선반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지하철 개통 이후 부동산 가격에 변화가 없는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된다. 노선 계획이 나올 때부터 노선이 개통된 것처럼 여겨지니 지하철 호재가 시세에 너무 빨리 반영이 되는 것이다.


운정신도시와 일산신도시에 GTX-A가 개통된 지 세 달여가 지났지만, 두 지역 모두 상승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위의 내용을 입증한다. GTX 개통으로 운정신도시와 일산신도시 거주자들이 편해지긴 했지만 편리해진 것과 아파트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https://youtu.be/iNWulUscBAQ?si=O_ULmhqe3RQ_oU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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