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마천루에 대한 열망을 안고 산다. 건축 기술의 발달로 100층이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면서 거주에 대한 권력은 수평에서 수직으로 이동했다. 과거에는 성 안이나 궁궐, 즉 수평적인 공간이 아무나 갈 수 없는 권력 그 자체였다면 현대 사회는 펜트하우스나 초고층, 즉 수직적인 공간이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건물들은 경쟁을 하듯 높아졌고, 더 높은 곳일수록 더 많은 힘과 권력을 상징한다. 그러나 초고층이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 초고층 아파트 현황과 초고층 아파트 거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 본다.
국내 초고층 아파트 현황
전국에 5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은 총 110개 동이 있다. 이 110개 동 모두가 주거용 건물은 아니다. 주로 오피스나 상업용, 주상복합 건물이 많고, 주거 전용 건물은 많지 않은 편이다. 2000년대 초반에 건설된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주거용 건물 초고층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은 설계도 어렵고 건축비가 비싸고 입지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체 건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31층 이상의 건물은 전체 건물의 0.06%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31층 이상 건물의 수는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성수나 여의도, 압구정 등의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도 초고층 건물 건축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중이다. 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역세권이나 도심 집중화 현상으로 앞으로 초고층 건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층 아파트 거주와 건강
초고층에 거주할 시 나타날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는 크게 정신적인 것과 신체적인 것으로 나눠진다.
1. 정신적인 문제
인간은 지면과 닿거나 가까운 공간에서 수백만 년을 살아왔다. 이런 인간에게 지면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초고층은 대단히 낯선 공간이다. 지면과의 격리감은 이에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밑을 내려다보면 심리적으로 흥분하며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볼 때 생기는 공포는 너무나도 당연한 생리현상이다. 비교적 젊고 적응력이 좋다면 큰 어려움 없이 초고층 생활에 적응할 수도 있지만, 노약자는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여러 질병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추락에 대한 두려움
- 우울함과 공격성 증가
- 사회적, 심리적 단절 심화
2. 신체적인 문제
초고층은 지표면과 환경이 다르다. 가장 다른 것은 공기의 압력, 즉 기압이다. 기압은 보통 지표면에서 10m 올라갈 때마다 1.3hpa씩 낮아진다. 지상 50층에서는 기압이 평지보다 약 22hpa 정도 낮은 것이다. 기압이 낮아지면 아래와 같은 신체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 뇌혈관의 혈류가 변화함으로써 편두통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귀울림이나 멀미, 현기증을 느끼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이 나타나기도 한다.
- 강풍이 불 때 진동 때문에 뱃멀미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 고혈압을 겪거나 관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