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신리츠 도입 – 장점과 주요 궁금증 정리

우리나라 부동산에는 전세라는 제도가 있다. 다른 나라에도 없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처럼 널리 퍼진 경우는 거의 없다. 전세는 과거 주택을 건설하기에 자본이 부족했던 시절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임차인 입장에서도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전세 보증금 금액이 점점 커지고 전세 가격의 등락으로 인해 전세사기 문제가 터지면서 전세 제도의 시스템적 취약성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률처럼 계속 올라가는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떠받치면서 들어 올린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전세가 결과적으로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의견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전세의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키운 ‘한국형 신리츠’ 도입이 언급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형 신리츠라는 제도의 장점과 주요 궁금증에 대해 정리해본다.



리츠란?

리츠는 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라는 뜻으로 우리말로는 부동산투자신탁으로 번역된다.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형태의 회사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대중화되어있지 않지만, 서구권(특히 미국)에서는 보편화되어있는 부동산 투자 방식이다.

리츠 설명
리츠 설명


부동산은 물건 자체가 크고 무거워서 투자하려면 큰 돈이 든다. 서울 아파트도 평균 가격이 12억 원 이상이고 꼬마빌딩도 수십 억에서 수백 억을 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을 사는 것도 일이지만 산 건물을 관리하는 건 더 큰 일이다. 월세를 받으려고 원룸 20개가 있는 다가구를 샀는데 임차인 관리 때문에 혈압약도 받게 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있다. 리츠는 소액으로도 투자를 할 수 있고 관리에 대한 부담도 없다는 점에 장점이 있다. 리츠를 증시에 상장할 경우 일반 주식처럼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부동산의 단점인 환금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리츠는 온갖 종류의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주거용, 상업용, 사무용 오피스는 기본이고 물류창고, 데이터센터, 의료시설, 호텔이나 카지노, 사설 교도소에까지 투자한다.



한국형 신리츠 – 구조와 장점

한국형 신리츠 모델
한국형 신리츠 모델


최근 제시된 한국형 신리츠 모델의 특징은 임차인이 기존처럼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맡기고 거주하는 형태가 아닌, 리츠 회사에 전세보증금을 투자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기존 전세가 사금융처럼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거주했다면, 한국형 신리츠는 자신이 사는 주택을 보유한 회사에 일정 비율로 투자를 한 투자자로서 주택에 거주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전세 형태는 계약이 끝났을 때 전세 보증금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상승 시장에서 소외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락장에서는 전세 보증금 원금이 보전된다는 점이 장점이긴 하나, 역전세로 인해 전세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반면 한국형 신리츠는 내가 맡긴 보증금이 투자의 개념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 나에게도 투자한 비율만큼 이익이 돌아온다. 매도 시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보유 중에는 배당도 받을 수 있다. 물론 하락 시에는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있다는 문제가 있긴하나 평균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형 신리츠에 거주하는 거주자는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무주택자로서 청약 기회를 가지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한국형 신리츠 관련 김경민 교수 발표
한국형 신리츠 관련 김경민 교수 발표


부동산 시장 구조적으로도 한국형 신리츠는 전세 보증금이 매매 가격을 자극하는 형태가 아니고 리츠를 통해 부동산 공급에 투자되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수익은 임대인이, 손실은 전세 임차인이 보는 현재 부동산 구조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형 신리츠 FAQ

1. 온전한 전세 형태가 가능한가?

리츠는 투자자에게 배당 형태로 수익을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전세 보증금 100% 형태로는 운영되기 어렵다. 현재의 반전세 형태로 운영되어야 해서 월세의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월세의 일부를 다시 배당으로 돌려 받기 때문에 다소 부담이 줄어든다. 최근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월세 거주가 늘었고, 향후 전세가 월세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전세 모델에 크게 거부감은 없을 것이다.


2. 한국형 신리츠로 거주 시 임대료는 얼마나 되는가?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일부 시뮬레이션 모델을 참고하면 시세 10억 가량의 33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투자금 1억 원에 월세 250만 원 정도가 예상된다. 현재 비슷한 시세의 아파트 월세가 한국부동산원의 24년 12월 서울 지역 전월세 전환율 4.7%를 기준으로 보증금 1억 원에 195만 원 정도이니 한국형 신리츠의 임대료는 기존 월세 시세보다는 다소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금액을 배당으로 돌려받을 수 있지만, 가격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투자금과 월세 비율은 리츠 회사와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신리츠 가격 예상
한국형 신리츠 가격 예상


3. 한국형 리츠 거주 시 매도는 자유로운가?

관련 법이 어떻게 재정되는 지와 리츠 회사와 어떻게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매도 방식이 정해지게 된다. 현재 형태처럼 2+2년 계약을 진행할 수도, 아예 민간임대주택처럼 5년이나 10년처럼 장기 계약을 맺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리츠 투자자들에게 초반 수익 보장을 위해 일정 부분 장기 계약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계약을 해지할 때 수익을 어떻게 분배할지도 리츠 회사와 계약을 통해 정해지게 된다.


4. 회사들의 투자 의지가 있는가

주거용 리츠 시장은 굉장히 크다. 서울 핵심지의 부동산 역시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리츠 회사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것이다. 모건스탠리, KKC, ICG 등 글로벌 투자사에서 서울 부동산의 월세 수요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상황이다. KB금융그룹의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45.1%가 월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고 1인 가구도 계속 늘어가고 있으니 전세에서 월세로 시장이 재편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보험사 같은 곳에서 투자할만한 요인이 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서울 월세 시장 진출
글로벌 자산운용사 서울 월세 시장 진출

英 M&G·모건스탠리 … 월세수요 ‘돈 냄새’ 맡은 글로벌 공룡들 몰려 – 매일경제


5. 인테리어는 할 수 있는가

부동산을 운영하는 업체와 협의를 통해 가능하다. 이런식의 투자가 보편화된 서양에서는 집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형태의 인테리어는 허용하고 있다. 부동산 운영사 측에서 페인트칠이나 도배 같은 기본적인 유지 보수는 해주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온전한 자기 집은 아니기 때문에 본인 마음대로 관리할 수는 없고 제한된 인테리어 형태로 가능하다.


6. 리츠 운용사를 믿을 수 있는가

국내 리츠의 경우 자산운용사 내부적으로 비리가 터지는 경우가 해외 리츠에 비해 많은 편이다. 따라서 관련 법에 이에 대한 규정과 처벌 규정이 명확하게 명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영진의 일탈을 제재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손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00% 민간 자본에 맡기기 보다는 일정 비율은 공공의 자본이 투입되어 관리와 감독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실 발생 위험’ 거짓말로 159억 빼돌린 리츠 임원 구속 기소 – 경향신문



정리

한국형 신리츠가 제도적으로 도입된다면 주택 임대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전세 중심의 임대 형태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반전세 형태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흐름을 보면 대규모 자산운용사나 외국계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임대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럴 때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투자자에게 메리트를 주는 주거용 리츠 제도를 마련한다면 투자자도 이익을 얻고, 거주하는 투자자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주를 할 수 있게 되고, 전세 보증금이 매매 가격을 밀어올리는 부작용도 없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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