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아동, 청소년인구)와 부동산 가격의 관계(서울 자치구별 분석)

우리나라는 2020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저출산에 힘입어(?) 앞으로 인구 감소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특히 유소년 인구가 급감하면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먼저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인구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 중에 하나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25개 자치구의 학령인구 변화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바탕으로 학령인구와 부동산 가격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려고 한다.



가설

학령인구와 부동산 가격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내가 세운 가설은 “학령인구가 많이 줄어든 자치구일수록,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낮을 것이다”이다.


학생수가 다른 지역보다 더 크게 줄었다는건 학생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의미고 이 말은 자녀가 있는 가구가 살기에 좋지 않은 지역이라는 뜻과 같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거주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석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서울에 한정해서 살펴봤다. 학령인구 감소 비율과 부동산 가격 변화의 관계만 살펴보는 일차원적인 분석이고,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교통이나 직주근접, 기타 환경 등 공간적 요소와 금리로 대변되는 금융적 요소는 완전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두 요인이 설령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인과관계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학령인구(아동인구, 청소년인구) 변화

서울의 경우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10년만에 초등학생 20%가 감소했고, 여기에 더해 향후 5년간 40%가 추가로 감소할 예정이다.

서울 학령인구 변화
서울 학령인구 변화


전체적으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흐름은 동일하나,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줄어드는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아동인구 변화와 청소년인구 변화로 나눠서 살펴본다.


아래표는 2013년에서 2023년까지 10년간 서울 각 자치구별 아동인구 감소율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의 아동인구란 만 12세 이하의 인구를 말하는데 영유아, 유치원, 초등학생을 포함하는 범위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의 최근 10년간 아동인구 감소율은 34%였다. 100명이었던 아동이 10년만에 66명이 되었다는 의미다. 서울 자치구 중 아동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관악구였다. 관악구는 아동인구가 10년만에 48%나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아동인구가 가장 적게 줄어든 곳은 강남구로 16%에 불과했다. 아동인구 감소율 1위 지역과 꼴지 지역의 차이가 3배 이상 났다고 볼 수 있다.

아동인구 감소율 상위 5곳과 하위 5곳은 아래와 같다.


서울 아동인구 감소율 상위 5곳 (2013~2023)

  • 관악구(48%)
  • 강북구(47%)
  • 도봉구(46%)
  • 노원구(43%)
  • 금천구(43%)


서울 아동인구 감소율 하위 5곳 (2013~2023)

  • 강남구(16%)
  • 서초구(21%)
  • 송파구(24%)
  • 강동구(24%)
  • 서대문구(27%)
서울 자치구별 아동인구 감소율
지난 10년간(2013~2023) 서울 자치구별 아동인구 감소율


서울의 자치구별 청소년인구 감소 비율 통계도 가져와 봤다. 청소년인구는 9세에서 24세에 해당하는 인구를 의미한다. 2013년에서 2023년까지 청소년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도봉구(40%)였고, 가장 적게 줄어든 곳은 서초구(17%)였다. 아동인구 감소율 상위 5곳, 하위 5곳을 비교해보면 상위 5곳 중 강북, 도봉, 노원, 금천구 4곳이 동일했고 하위 5곳 중에서는 강남, 서초, 서대문 3곳이 동일했다.


서울 청소년인구 감소율 상위 5곳 (2013~2023)

  • 도봉구(40%)
  • 금천구(38%)
  • 중랑구(38%)
  • 강북구(35%)
  • 노원구(33%)


서울 청소년인구 감소율 하위 5곳 (2013~2023)

  • 서초구(17%)
  • 강남구(18%)
  • 성북구(19%)
  • 마포구(19%)
  • 서대문구(20%)


서울 자치구별 청소년인구 감소율
지난 10년간(2013~2023) 서울 자치구별 청소년인구 감소율



아동인구 감소율과 청소년인구 감소율에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소 예상에서 벗어난 지역이 있어 간단하게 분석해본다.


마포구와 성북구

마포구와 성북구의 청소년인구 감소율이 아동인구 감소율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이유는 마포구와 성북구 인근 지역에 대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청소년인구는 대학생 연령이 포함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다니는 대학생수가 통계로 잡혀 인구 감소율을 낮췄을 것으로 분석된다.


관악구

관악구는 아동인구 감소율이 청소년인구 감소율의 두 배였는데, 관악구는 서울에서도 청년 1인 가구의 성지라고 할 정도로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곳이다. 관악구는 강남과 가까우면서도 저렴한 임대료의 강점이 있는 지역이라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청소년인구 감소율이 낮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관악구(24%p) 외에 아동인구 감소율과 청소년인구 감소율의 차이가 큰 자치구들로는 성북구(15%p), 동대문구(14%p), 강북구(12%p), 광진구(12%p), 마포구(12%p)가 있었다. 위 지역들의 공통점은 인근에 대학가가 있거나, 대학이나 직장에 가까우면서 저렴한 임대료로 지낼 수 있는 주택이 많은 곳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변화

이제 서울 25개 자치구의 지난 10년(2013~2023)간 부동산 가격 변화를 살펴본다.

부동산 가격 변화는 KB부동산에서 발표한 자치구별 아파트 ㎡당 매매평균가격 자료를 사용했다. 평균 자료이기 때문에 아파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KB부동산 – 아파트 시세, 실거래가, 분양, 빌라시세, 예측시세 (kbland.kr)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의 ㎡당 매매평균가격은 2.43배 상승했다. 5억원 짜리 아파트가 12억원이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같은 기간 수도권은 2.1배, 지방 5대 광역시는 1.84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세종은 무려 2.99배에 달했다.


서울에서 ㎡당 아파트 매매평균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성동구로 274%였다. 뒤를 이어 서초구, 송파구, 마포구, 동작구가 상승률 상위 5개 구였다. 반대로 가장 상승률이 낮았던 지역은 강북구가 214%로 1위였고, 중랑구, 관악구, 구로구, 중구가 뒤를 이었다.

서울 자치구별 제곱미터당 아파트 가격 상승률
지난 10년간(2013~2023) 서울 자치구별 제곱미터당 아파트 가격 상승률


학령인구(아동인구, 청소년인구) 감소 순위 상위 5개 지역과 부동산 가격 상승 순위 하위 5개 지역을 단순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


아동인구 감소 비율(상위 5개) / 청소년인구 감소 비율(상위 5개) / 부동산 가격 상승률(하위 5개)

  • 1위 : 관악구 / 도봉구 / 강북구
  • 2위 : 강북구 / 금천구 / 중랑구
  • 3위 : 도봉구 / 중랑구 / 관악구
  • 4위 : 노원구 / 강북구 / 구로구
  • 5위 : 금천구 / 노원구 / 중구


학령인구 감소 비율이 큰 상위 5개 구랑,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낮은 5개 구 중 일치하는 구는 강북구, 중랑구, 관악구 3개였다. 부동산 상승률 하위 4위였던 구로구의 아동인구 및 청소년인구 감소 비율은 서울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부동산 상승률 하위 5위였던 중구는 아동인구 감소 비율 8위, 청소년 인구 감소 비율 6위인 곳이었다.

아동인구와 청소년인구 감소 비율 모두 5위 권에 들었던 도봉구는 부동산 가격 상승 하위 6위였다. 5위 안에 들진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동인구와 청소년인구 감소 비율 상위 5개 구에 속한 관악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금천구, 중랑구는 금천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 지역 평균 부동산 가격 상승률보다 낮은 지역이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부동산 가격 사이에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은 지역은 위에서 언급한 구로구와 금천구, 노원구였다. 금천구와 노원구는 학령인구 감소 비율이 높았으나, 부동산 가격 상승률도 평균이거나 평균 이상이었다. 금천구는 전체 25개 자치구 중 위에서 9위, 노원구는 14위로 서울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아동 인구와 청소년 인구의 감소 비율이 낮았던 지역과 부동산 상승률 가격이 높았던 지역 5곳씩을 비교해봤다.


아동인구 감소 비율(하위 5개) / 청소년인구 감소 비율(하위 5개) / 부동산 가격 상승률(상위 5개)

  • 1위 : 강남구 / 서초구 / 성동구
  • 2위 : 서초구 / 강남구 / 서초구
  • 3위 : 송파구 / 성북구 / 송파구
  • 4위 : 강동구 / 마포구 / 마포구
  • 5위 : 서대문구 / 서대문구 / 동작구


학령인구 감소 비율이 낮은 상위 5개 구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높은 5개 구 중 일치하는 구는 서초구 하나였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비율이 낮은 상위 5개 구에 포함된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서대문, 성북, 마포구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성북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 지역 평균 부동산 가격 상승률보다 높았다.


위와 같은 결과를 고려해보면 학령인구 감소 비율이 적은 자치구일수록, 부동산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정리

지금까지 학령인구 감소와 부동산 가격의 관계를 살펴봤다. 살펴본 결과는 두 요소가 상관관계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통계적인 수치로 돌려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강북구, 중랑구, 관악구, 도봉구나 중구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부동산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드러났지만, 구로구나 노원구, 금천구 같은 곳에서는 크게 관련성이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에 노원구는 ‘노도강’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도강’과는 달리 비교적 나은 거주 환경과 입지, 교통망, 편의 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강북의 대표 아파트 밀집 단지로써 부동산 상승의 수혜를 크게 받은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록한 게 아닌가 싶다. 금천구도 노원구처럼 아동과 청소년 인구 감소율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높은 편이었다. 이유를 고민해본 결과 2023년 기준 금천구의 10년 이내 아파트 비중은 약 30%로 서울시 자치구 중 서대문구와 동대문구에 이은 수준이었다. 금천구의 경우는 다른 자치구 대비 신축 아파트가 많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구로구는 아동과 청소년인구는 많이 줄지 않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낮게 나타난 곳이었다. 구로구는 ‘금관구’로 묶이는 지역 중 하나다. 구로구의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그리 좋지 않다. 조선족 밀집 거주 지역으로 잘 알려진 남구로역 일대, 정돈되지 않은 환경, 과거 구로공단의 이미지 등 때문이다. 위치 자체도 서울 서남부 변두리에 위치하며 교통 호재라 할만한 이벤트도 없어서 부동산 가격이 낮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율이 낮았던 지역인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마포, 서대문 등은 강남과 잠실같은 기존 부촌과 마포와 서대문 같은 신흥 중산층 밀집 주거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서울 지역 평균 부동산 상승률에 비해 높은 부동산 상승률을 보였다. 학령인구 감소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률의 인과관계를 찾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있었다.



※ 같이 보면 좋은 글

로또 공공분양 당첨을 위한 조건(청약통장 커트라인)은 어느 정도일까? (landstockbiz.com)

2기 GTX 노선 확정 – 수혜 지역(환승역)과 각 지역 대장 아파트 정리 (landstock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