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을 확정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정확히 전년 대비 2,000명이 증가했다. 정부는 증가한 정원을 서울에 있는 의대에는 단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의 주요 목적이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 해소, 지방의 의료 붕괴를 막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증원 인원의 대부분을 지방, 그 중에서도 지방 거점 국립대학에 배정하면서 지방 의료도 살리고 지방 거점 국립대학도 살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모든 정책에는 수혜를 받는 사람이나 지역이 생기는데 이번 의대 증원의 수혜지는 지방, 그중에서도 의대 정원이 많이 늘어났거나, 인구 대비 의대 입학 정원이 많은 곳이다. 두 곳 모두에 해당하는 곳이 전국에 한 곳 있는데 바로 강원도이다. 이번 글에서는 강원도 주요 도시인 원주, 춘천, 강릉에 있는 학원가의 위치와 규모 등을 정리해봤다.
강원도가 의대 입학에 유리한 이유
먼저 왜 강원도가 이번 정책의 수혜지인지 분석해본다.
정부는 이번 의대 정원 증원 발표에서 비수도권 의대 입학생의 60%를 지역 인재로 충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인재는 해당 권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이 대상이다. 의대 입시에서 전국의 권역은 강원, 충청, 호남,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경(대구경북), 제주 총 6개로 나뉜다.
강원도에 있는 의대는 총 4개로 국립대인 강원대 1개, 사립대인 연세대 원주캠퍼스, 한림대, 가톨릭관동대 3개가 있다. 의대 입학 정원은 증원 전에는 총 267명이었으며, 이번 증원 후에는 432명이 되었다. 강원대가 83명 증가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가톨릭관동대가 51명, 한림대가 24명,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7명 증가했다.
- 연세대 분교(원세대) : 100명 (+7명)
- 한림대 : 100명 (+24명)
- 가톨릭관동대 : 100명 (+51명)
- 강원대 : 132명 (+83명)
- 강원도 총 의대 정원 : 432명
강원도의 인구는 152만명 정도이다. 강원도의 인구는 6개 권역 중 제주도 다음으로 적다. 의대 정원 역시 제주도 다음으로 적다. 그러나 인구수 대비 비율로 보면 결과는 반대가 된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권역별 인구 대비 의대 입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강원도보다 인구가 9배 많은 경기도의 의대 입학 정원이 320명으로 강원도보다 적다. 권역별 인구가 5배 많은 부울경의 의대 입학 정원은 강원도 의대 입학 정원의 1.55배에 불과하다. 같은 성적이라면 부울경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학생은 의대에 떨어지지만, 강원도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학생은 의대에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학별 의대생 증원 배정 및 권역별 인구 대비 의대생 비율 순위 정리 (landstockbiz.com)
또한 강원도는 전국에서 공부를 가장 못하는 곳 중 한 곳이다. 2023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강원도의 국어 영역 평균 표준점수는 93점으로 전국에서 경상남도(92.5점) 다음으로 낮았다. 수학은 평균 표준점수 92.2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국어, 수학, 영어 영역별로 1등급 비율을 분석한 결과 강원도의 국어 영역 1등급 비율은 2%로 충북, 전남, 경남 다음으로 낮았다. 수학 영역의 1등급 비율은 1.2%로 충북 다음으로 낮았으며,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은 3.8%로 충북, 전남, 경남 다음으로 낮았다. 2023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 강원도에서 응시한 학생 중 수학 1등급 학생이 97명에 불과하다는 기사도 있다. 이를 통해 강원도 지역의 상위권 학생의 성적도 전국 대비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내에서 상대적인 성적으로 등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의 성적이 낮을 수록 의대에 가기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강원도가 의대 입시에 유리한 이유다.
이미 입시에 밝은 학부모나 언론은 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 애 의대 보내려면 서둘러야죠”…지방으로 이삿짐 싼다 (naver.com)
강원도 주요 도시 학원가 분석
강원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순서대로 원주시(36만 명), 춘천시(29만 명), 강릉시(21만 명), 동해시(9만 명), 속초시(8만 명)이다. 수도권에서 의대 진학을 위해 강원도로 가는 경우, 기존 생활권이었던 수도권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강원도 도시들 중 수도권 접근성이 좋고 인프라가 그나마 양호한 원주와 춘천이 가장 선호될 것으로 보이며, 다음으로는 강릉 정도가 후보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주는 영동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KTX로 서울과 연결되어 있고, 춘천도 서울양양고속도로와 경춘선으로 서울과의 연계가 양호하다. 강릉은 서울과 거리는 멀지만 KTX를 이용할 수 있어 동해나 속초에 비해 사정이 낫다고 볼 수 있다.
호갱노노 지도를 통해 원주와 춘천, 강릉의 학원가를 분석해본다.
원주
원주는 인구 규모로만 보면 강원도 최대 도시이다. 춘천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혁신도시가 들어서고 경강선 KTX가 놓이면서 춘천과의 차이를 크게 벌리는데 성공했다. 강원도 행정의 중심은 여전히 도청과 관공서가 몰려 있는 춘천이지만, 발전 가능성이나 경제적인 면을 봤을 땐 원주라고 볼 수 있다.
원주의 학원가는 원주시 남쪽에 있는 무실동과 명륜동, 단구동 일대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에는 하나의 중심이 되는 학원가는 조성되어 있지 않았고,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곳을 중심으로 소규모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무실동은 택지지구로 조성되어 생활환경이 쾌적하고 원주시청, 법원, 검찰청 등 행정 기관이 몰려 있다. 중앙고속도로 남원주 IC 접근성도 좋아서 서울로 나가기도 좋은 곳이다. 원주의 신도심 같은 지역으로 혁신도시의 조성으로 축이 조금 옮겨지긴 했지만, 신축 아파트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공급되고 있어서 종합적으로 보면 원주에서 가장 핫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춘천
강원특별자치도청, 강원대, 강원교육청 등 관공서와 국립대가 모여있는 강원도 행정의 중심 도시이다. 최대 인구 타이틀을 원주에 뺏기긴 했으나, 여전히 춘천은 강원도 북부 지역에서 중심이 되는 도시이며, 속초까지 동서고속철도 개통 시 더욱 발전이 기대되는 곳이다.
원주의 학원가가 밀집되지 못하고 퍼져있는 것과 비교해서, 춘천의 학원가는 비교적 밀집된 형태를 보인다. 춘천은 석사동과 후평동에 학원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갱노노 자료에 따르면 춘천의 석사동은 강원도에서 가장 학원이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파악되었다. 두 곳의 공통점은 배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다는 점이다. 석사동 일대에는 퇴계주공을 대표로 여러 아파트들이 있고, 후평동에는 후평더샵과 후평우미린 등의 아파트가 몰려 있다.
최근 남춘천역 서쪽 지역인 온의동 일대에 춘천의 신축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 이곳에도 규모는 작을 수 있지만 새로운 학원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릉
강릉은 원주와 춘천에 비교하면 서울과 거리가 멀고, 수도권과는 생활권이 아예 달라 서울에서 학업 때문에 이주하는 수요를 온전히 받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강원도 3대 도시이고 KTX를 통한 서울 접근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바다와 함께 할 수 있는 도시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강릉의 학원가는 교동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교동이 중심이고 다른 곳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모여있는 모습이다. 교동이 중심인 이유는 강릉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동주공 아파트 단지와 강릉롯데캐슬 시그니처, 유천지구에 들어선 아파트들의 학원 수요가 교동 학원가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리
세 도시 모두 인구가 20~30만 명대 소도시라 학원가라고 해도 몰려 있는 학원이 50개 남짓인 작은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모두 배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두고 있는 곳들이었다. 원주와 춘천, 강릉의 학원가는 확실시 서울이나 경기 남부권에 형성된 학원가의 규모와 비교하면 규모면에서 크게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었다. 의대 진학을 위해 강원도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주말에는 아무래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사교육을 받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을 고민해볼 정도로 의사가 선호되는 직업이라는 게 놀랍기도 하면서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