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도시는 최근 선도지구 지정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11월 선도지구 선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현재 분위기로 보면 선도지구 선정 이후에도 갈등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선도지구 지정에 대해 비교적 여유있게 바라보고 있는 아파트들도 있다. 분당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거나 이미 시공에 들어간 단지들이다. 분당신도시에는 현재 무지개마을 4단지, 느티마을 3단지, 느티마을 4단지 총 3개의 단지가 이주를 마치고 리모델링 시공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단지들은 이미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기에 더이상 뒤가 없다. 재건축 단지와의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여 거의 끝까지 왔지만 아직 이주와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아파트 단지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분당 한솔마을 5단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번 글에서는 분당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현황과 사업 지연 이유에 대해 정리해본다.
※ 조합원이 아니고 조사하여 기록한 내용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분당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 개요
분당 한솔마을 5단지는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12개 동에서 16개 동으로 4개 동이 늘어나고 세대수는 1,156세대에서 115세대가 증가한 1,271세대로 늘어나게 된다.
연면적은 현재 85,908제곱미터에서 리모델링 이후 200,236제곱미터로 두 배 이상 커진다.
기존 지상과 지하 1개층 주차장을 지하 3개층으로 확대해서 주차대수는 기존 529대에서 1,834대로 늘어나 세대당 1.44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한솔마을 5단지에는 6개의 평형이 있다. 소형 평수인 10평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걸 확인할 수 있다.
- 17평 공급 57 / 전용 41(267세대)
- 18평 공급 60 / 전용 41(177세대)
- 19평 공급 61 / 전용 42(296세대)
- 22평 공급 74 / 전용 51(180세대)
- 30평 공급 100 / 전용 74(116세대)
- 31평 공급 101 / 전용 74(120세대)
리모델링 이후에는 18평, 24평, 30평, 32평, 35평 평형 중 신청한 평형을 받게 된다.
한 층에 6세대, 8세대가 있는 작은 평수도 있어서 복층 형태의 평면이 나오는 게 인상적이다. 복층은 오피스텔 같은 곳에서 많이 쓰는 평면이다.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리모델링 특성상 한 층에 세대가 많으면 많을 수록 불리하다. 세대마다 평수를 늘려줘야 하는데 넓힐 수 있는 공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타입은 복층 형태를 통해 평수를 늘리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아래는 리모델링 후 32평이 되는 평면도인데, 평면도를 보면 리모델링의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30평대에 2베이라니…
평형별 자세한 평면도는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정자동 한솔주공 5단지 리모델링 설계도면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분당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 현황
분당 한솔마을 5단지는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가장 먼저 완료한 단지로 잘 알려져 있다.
분당 한솔마을 5단지는 무려 14년 전인 2010년에 성남시로부터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1기신도시 최초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다.
이후 2015년 7월, 전국 최초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2016년 12월, 리모델링 시공사로 쌍용과 포스코 컨소시엄을 선정한다.
이후 2017년 8월, 수직증축이 반영된 리모델링 건축 심의가 성남시의 승인을 받았다.
2021년 2월,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이 났고 이주 기간을 고려하여 2022년 착공에 들어가려 했다.
분담금 총회 등 일련의 절차들을 마무리하고 2022년 이주 후 착공에 들어가려 했으나…
이후 한솔 5단지 리모델링 사업에 갖가지 소송이 걸리게 되며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한다.
분당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차질…이주 1년여 늦어질 듯 | 연합뉴스 (yna.co.kr)
한솔 5단지 리모델링 – 지연 이유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다음 두 가지이다.
1. 매도청구와 사업계획승인 관련 소송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일부 조합원들이 리모델링 추진 중 발생한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의 매도청구에 대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간 끝에 조합이 최종 패소했다. 패소 이유는 조합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사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조합에서 법적 절차에 맞는 정당한 과정을 통해 다시 의결한 후 매도청구에 나섰고, 새로운 재판에서는 조합이 2024년 6월 11일, 1심 승소 판결을 받게 된다. 또 한 건의 매도청구 소송이 진행 중인데 곧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6월 재판 결과와 비슷하게 아마 조합이 승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송은 매도청구에만 걸린 것이 아니었다. 리모델링 반대파는 조합이 받은 사업계획승인에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걸었고, 2024년 7월 11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조합의 사업계획승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업계획승인 무효 판결을 내렸다. 성남시에서는 바로 2심 항소에 돌입했으나 절차적 지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한솔 5단지에서 매도청구소송과 사업계획승인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한 사람은 성남시의원인 전임 조합 임원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자신이 조합에 몸을 담았던만큼 조합의 사업 추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내부자여서 소송에서 승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자신이 추진했던 사업을 왜 이제와서 재를 뿌리고 있는 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2. 재건축으로 선회
리모델링 사업을 지연 시키는 소송과 함께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해야 한다고 동시에 주장하고 있는데, 리모델링 조합원들은 리모델링을 못하면 못했지 재건축에는 절대 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갑자기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동의서를 걷으며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4년간 조합에서 사용한 리모델링 추진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크다.
정리와 교훈
제3자가 봤을 때,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는 일부 리모델링 반대 조합원들이 사업 진행을 훼방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1,000여명의 조합원이 단 1% 남짓인 10여 명의 반대 때문에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리모델링을 비롯한 정비사업 조합 입장에서 반대파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반대파에게 사업 진행에 훼방 놓을 명분과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다. 한 마디로 꼼꼼하고 깔끔한 일처리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엉성한 사업 추진과 미흡한 대처로 반대파에게 명분과 빌미를 줬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제때 대응하지도 못한 듯 싶다.
정비 사업의 핵심은 하나도 시간, 둘도 시간, 셋도 시간이다. 공사비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시간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시간을 줄이려면 조합원간 협의도 잘 되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합이 일을 잘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리모델링 조합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제대로 알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이주가 언제 추진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 매도청구 소송은 이겼지만, 사업계획승인이 무효로 판단되어 2심 재판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송이 오래 걸리고 3심 대법원까지 갈 것을 예상한다면 기존 계획보다 최소 1년 이상 이주시기가 늦춰졌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빨라야 25년 하반기, 보통 속도라면 26년은 되어야 이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디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사업이 잘 추진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