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양극화 현황 분석(ft. 강남과 분당, 평촌과 동탄의 사례)

2025년 부동산 시장을 대표할 단어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양극화’이다. 이미 양극화 현상은 너무나도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리 새로운 기삿거리도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양극화는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위세를 넓히는 중이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초등학교 양극화 현상에 대해 분석해보려고 한다.

초등학교 양극화 현상

초등학교 양극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요인은 입학생 수이다. 저출산 속에서 전체적으로 모든 초등학교의 입학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학교별로 보면 입학생이 줄어드는 정도가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학교는 입학생이 크게 감소한 반면, 어떤 학교는 입학생이 줄긴 줄었지만 별로 감소하지 않은 곳도 있다. 과거에는 학군지는 비교적 학생수 감소가 덜했고, 비학군지는 학생수 감소가 컸었다.

그러나 최근 더 눈에 띄는 것은 같은 학군지 내에서도 학교별로 입학생 수 변화가 커졌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평판이 좋은, 학군이 조금 더 나은 초등학교로 입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바로 옆 학교지만 입학생 수가 10배 가까이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저출산과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학군지의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들이 학군지 내에서도 보다 나은 환경의 학교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적자생존의 모습이 초등학교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초등학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지 실제 사례 지역 몇 곳을 확인해 본다.


강남의 초등학교 양극화

강남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학군지이다. 대치동과 7학군은 강남의 학군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교육열이 뜨거운 최고 학군지 강남에서도 초등학교 양극화는 일어나고 있다.


다음은 강남 개포동과 일원동 일대의 지도이다. 아래 지도에는 일원초, 대진초, 영희초 3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3개 학교의 1학년 학생수는 각각 193명, 21명, 38명이다. 3개 학교가 인접하고 있음에도, 3개 학교의 1학년 학생 수는 최대 9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블록별로 봤을 때 세대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학생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수를 보면 대진초와 영희초로 가야하는 학생들이 일원초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통학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일원초로 학생을 보내는 것이다.

강남 개포, 일원동 -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 차이
강남 개포, 일원동 –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 차이


대진초는 임대 아파트인 SH대치1단지 학구라는 점이, 영희초는 오른쪽으로 빌라촌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로 둘러싸여있는 일원초가 개포동과 일원동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은 학교가 되었다. 같은 강남 안에서도 학바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분당의 초등학교 양극화

분당 역시 강남만큼은 아니지만, 학군으로 따지면 어디가서 꿀릴 지역은 아니다. 분당의 초등학교 양극화는 강남보다 더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분당 정자동 일대의 지도이다. 아래 지도에는 정자초, 백현초, 내정초 3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3개 학교가 멀리 떨어져있지 않음에도 3개 학교의 1학년 학생 수는 각각 152명, 5명, 132명으로 최대 30배 이상 나고 있다.

분당신도시 -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 차이
분당신도시 –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 차이


참고로 정자초, 백현초, 내정초의 6학년 학생수는 각각 235명, 17명, 244명이다. 백현초의 학생수가 5년 전에도 가장 작았으나, 정자초나 내정초 대비 백현초 학생수 비율이 7%대에서 3%대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학군지 내에서의 초등학교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여기에도 이유는 있다. 정자초는 정자1동 고급주상복합 아파트 학군지역이고, 내정초는 내정중 입학이 가능한 분당 최고 학군지 초등학교 중 한 곳이다. 상대적으로 백현초는 주변에 아파트가 아닌 빌라가 자리한 곳에 있어서 학구 내 학생수도 적고, 학부모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과 비슷하게 분당에서도 같은 학군지 지역 내에서 주변 환경과 입지에 따라 학생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촌의 초등학교 양극화

평촌의 초등학교 현황도 살펴본다. 평촌은 강남과 분당만큼 심하지는 않으나 역시나 학교별 편차가 큰 모습이었다.


평북 지역 3개 초등학교인 부흥초, 희성초, 달안초의 1학년 학생 수는 각각 103명, 32명, 14명이었다. 학생수가 가장 적은 학교와 가장 많은 학교가 약 8배 정도 차이가 나고 있다. 다른 두 초등학교에 비해 부흥초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부흥초 인근 아파트 세대수가 가장 많다는 점과 바로 인접해있는 부흥중 진학 확률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의 초등학교로 아이들이 몰리는 모습이 강남, 분당과 흡사한 모습이다.

평촌신도시 -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 차이
평촌신도시 –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 차이


동탄 – 양극화? 그게 뭐임?

위의 3개 지역과 다르게, 동탄신도시의 경우는 1학년 학생수 차이가 학교별로 그리 크지 않았다. 동탄신도시와 위 3개 지역의 가장 큰 차이는 도시의 역사와 부동산 가격이다. 동탄신도시는 조성된지 20년도 안된 곳이고 2동탄은 이제 막 10년이 되었다. 부동산 가격 역시 동탄도 비싼 곳은 비싸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강남, 분당, 평촌보다는 저렴하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연식은 더 신축이기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다.

동탄신도시 -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 차이
동탄신도시 –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 차이


한 마디로 동탄에는 초등학교 학령기 인구 자체가 많기 때문에 학교를 가려서 보낼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도시 형성 초기 단계라 학교별로 아직 큰 차이도 없고, 아이도 많으니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보내는 중이다.


사실 위에서 다룬 분당과 평촌 같은 1기신도시들도 조성 초기에는 지금 동탄의 모습과 비슷했다. 단지 아파트가 점점 노후화 되고,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학령기 아이를 둔 부부들의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보다 선호되는 학교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할 수 있다. 아마 10년 ~ 20년 뒤에는 동탄신도시 역시 분당과 평촌처럼 학교별로 학생수 차이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학군지의 특징과 학군을 평가할 때 봐야 할 데이터..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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