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고 있는 지역에 한 아파트 현수막이 어지럽게 붙었다. 인근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도 없는데 무슨 아파트인지 자세히 보니 민간임대아파트 홍보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주변에서 민간임대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파트 위치를 보니 경기도 광주시라고 했고, 시공사는 라온건설이라고 되어 있었다. 정체를 알아보니 이 아파트의 정식 이름은 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라는 아파트였다. 이번 글에서는 이 아파트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사기인지 아닌지 확인해 본다.
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 – 개요
이 아파트는 드림하우징이란 시행사에서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137-7번지 일대에 1,902세대 규모로 건설 예정인 민간임대아파트이다.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137-7번지의 위치는 광주시 중심지에서 경안천을 건너 동쪽에 있는 야산 구릉 부지이다. 경강선 경기광주역에서 직선거리로 약 1km 떨어져 있고, 현재의 도로망으로 접근하려면 2km 이상을 가야한다. 주변에 초등학교 한 곳을 제외하면 별다른 인프라나 편의시설은 전무한 상황이다. 아래 홍보자료만 보면 꽤나 괜찮은 곳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네이버 지도를 펴놓고 주변을 관찰하면 빛 좋은 개살구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민간임대아파트는 분양하는 아파트가 아니고 일단 임대를 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아파트이다. 유명한 곳들로는 용인 수지의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 서울 도봉구의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광교의 광교풍경채어바니티 등이 있다.
시행사에서는 전용 59, 전용 73, 전용 84, 전용100 등 다양한 평형을 공급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전용 84 이상의 중대형 평형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대형 중심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 59A – 90세대
- 59B – 90세대
- 73A – 264세대
- 84A – 536세대
- 84B – 411세대
- 84C – 245세대
- 100A – 196세대
- 100B – 70세대
- 총 – 1,902세대
주변에 근린공원, 종합운동장, 복합쇼핑몰, 종합병원 호재가 있기는 하나 모두다 엄청 가까운 곳은 아니다.

민간임대아파트이기 때문에 임대료와 분양 전환 금액이 중요하다.
검색한 기사에 따르면 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의 전세보증금은 평당 1,350만원이며, 10년 후 분양 전환 시 분양가는 평당 1,950만 원대라고 나와있었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보면 전세보증금은 약 4억 6,000만 원, 분양가는 약 6억 6,000만 원 정도로 계산할 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인 광주센트럴푸르지오(2018, 1,425세대) 전용 84 전세 호가가 3억 5,000만 원 전후에 형성되어 있는데 이에 비해 1억 원 정도 비싼 가격이다. 매매 호가 역시 5억 5,000만 원 전후로 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의 예상 분양 전환 가격과 1억 원 정도 차이가 난다. 연식 차이가 10년 정도 날 것으로 보이는데 전세금 1억 차이는 다소 과해보인다.
홍보 문구로 사용 중인 3억 원대 가격은 전용 84가 아닌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 59의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판단된다. 전용 59 기준 전세보증금은 약 3억 2,000만 원이기 때문에 허위는 아니다.

이 아파트의 임대료나 다른 정확한 정보가 궁금해서 모집 공고나 공식 자료를 찾아보고 싶었으나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아직 공식 자료라고 할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 – 사기 이슈
경기광주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는 말이 많은 아파트였다. ‘사기분양’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기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 토지가 없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 구역지정이 되지 않은 곳에 사업을 추진 중이다.
- 민간임대주택은 지자체 신고 후 모집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시세보다 10% 저렴’ 경기도 광주 드림시티, 임대방식 ‘승부수’ : 네이트 뉴스
시행사에서는 위의 이슈에 대해 해명을 하긴 했다. 해명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토지가 없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토지가 없이 사업을 추진 중인 것은 맞으나, 토지 사용 권리를 확보해놨다. 토지사용승낙서보다 더 높은 수준인 토지사용매매약정을 한 상태라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
2. 구역지정이 되지 않은 곳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역지정이 되지 않은 것은 맞으나, 곧 구역지정이 될 예정이다. 2025년 3월 경에 경기도에서 구역지정을 할 것이라는 내용을 확인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예비입주자를 모집할 때 설명하는 내용이라 문제가 없다.
3. 민간임대주택은 지자체 신고 후 모집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협동조합 형태라면 그렇게 해야하지만, 우리는 시행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위 내용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경찰에서도 이와 관련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예정’이 너무 많은 아파트
이 아파트는 예정이 너무 많아서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지구지정도 예정이고, 인근에 있는 온갖 호재들도 모두 예정이다. 스포츠에서도 그렇지만 if가 많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다는 의미고, 리스크가 높다면 수익성이 좋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민간임대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은 주변 시세보다 유의미하게 비쌌다.
한 마디로 수익성은 낮은데 리스크만 높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시행사에서는 광고 자료에서 각종 호재나 지구 지정에 대해 ‘예정’임을 정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논리는 맞아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래 내용을 보면 경기광주역까지 800m라고 하는데 정말 800m가 맞는지 확인해 봤다.

사업 예정지인 쌍령동 137-7 일대에서 경강선 경기광주역까지 직선거리를 측정해봤다. 약 1.1km가 나와서 홍보자료에 있는 800m보다 300m나 더 길었다. 오차를 감안해도 800m보다는 더 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역까지 거리를 논할 때 누가 직선거리를 가지고 이야기하는가? 역까지 거리는 통상적으로 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지나야하는 도로의 길이로 측정한다. 아직 도로도 없는 판에(도로도 ‘예정’이다) 위와 같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시청의 경고
경기도 광주시청에서는 어떤 사업이라고 구체적으로 콕 찍어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시청 홈페이지에 민간임대아파트 가입 홍보에 주의하라는 내용을 공지사항으로 올려놓았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지구지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파트에 대한 인허가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건·위생 새소식 상세화면 | 알림마당 | 보건·위생 | 광주시청 분야별정보
아래 공고문 내용을 바탕으로 시청의 스탠스를 해석해보면 법적으로 민간임대아파트 회원모집에 대한 규제가 없어서 강제로 말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최대한 조심하고 이왕이면 하지 마라라는 의도로 읽힌다.

시행사에서는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풀리지 않았을 경우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져줄 것인가? 시행사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언제나 인생이나 사업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의 연속 아니었던가? 수익성이 좋지도 않은 리스크 큰 사업에 왜 참여하려고 하는가? 주변에 이 사업에 관심있는 지인이 있다면 뜯어 말리고 싶어진다.

정리 – 사기는 아닌 듯, 하지만 위험성은 높음
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 민간임대아파트 사업의 내용과 사기 여부, 주의점에 대해 정리해 봤다.
정리해본 결과 이 아파트가 하고 있는 민간임대아파트 회원모집은 법 위반이 아니었고, 약간의 과장 광고가 있기는 했지만, ‘예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피해감으로써 허위 광고 내용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보면 시행사가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만약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는데 아파트 홍보 현수막을 분당 전역에 걸어놓을 정도면 간이 엄청나게 큰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사기는 아니일지언정, 위험성은 높은 사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언급했듯 ‘예정’으로 점철된 사업이다. 마치 조합도 설립되지 않은 정비사업 매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 어떤 구축 빌라나 아파트도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이벤트나 사건이 발생하면 사업은 지연되고 심하면 무산되기도 한다. 구역지정 ‘예정’인데 뭔가 문제가 발견되어서 구역지정이 되지 않았다? 바로 사업 지연이다. 아파트 인허가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역시나 사업 지연이다. 사업 지연은 모두 비용이다. 시행사가 추가 발생 비용을 대신 내줄 일은 없다. 본인이 책임져야한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이 아파트에서 지역주택조합의 느낌이 나는 것은 기분탓인가?
경기광주역 라온프라이빗 드림시티는 지금 광고가 너무나도 많다. 광고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광고 대행사나 모집인에게 비용을 내고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광고비의 원천은 당연히 이 아파트의 예비 임차인들이 낸 보증금일 것이다. 이렇게 요란하게 광고하는 아파트의 결과가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이 잘못된 기억이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