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빚과의 전쟁 중이다. 어떻게든 빚의 부담을 줄이면서 돈을 풀고자 하는 얼핏보면 역설적인? 정책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트럼프는 노력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 지 정리해 본다. 핵심은 경제 성장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서 부채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부채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전략을 파악해본다.
미국 정부부채 수준
현재 미국 경제를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화두는 단연 ‘정부 부채’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이미 120%를 넘어섰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비상 상황 이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정부 부채는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비약적으로 팽창했다. 연준이 실시한 ‘양적완화(QE)’가 근본 원인이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정부 부채 금액은 36조 달러가 넘는다. 원화로 환산하면 4경 원이 넘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미국의 새로운 전략 – 국가 주도 성장
과거의 경제 상식대로라면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을 선택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부채의 절대량을 줄이는 대신, 경제의 체급(GDP)을 비약적으로 키워 부채의 상대적 비중을 낮추는 이른바 ‘분모 성장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저변에는 ‘정부 주도의 국가 자본주의’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연준(Fed)의 통화 정책이 시장의 자율적 사이클을 조절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정부가 직접 산업의 방향을 정하고 유동성을 특정 섹터에 쏟아붓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마치 과거 개발도상국들이 단기간에 성장을 일궈내기 위해 사용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미국은 리쇼어링 정책과 국방 수권법 등을 동원해 제조 기반을 국내로 강제 이전시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급망의 주도권을 되찾아 경제 성장률을 견인하고자 한다.
핵심은 AI
이 거대한 도박의 핵심 엔진은 AI(인공지능)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에게도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고금리를 견디며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AI를 통한 ‘총요소생산성(TFP)’의 비약적 향상을 믿기 때문이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술 혁신은 경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로봇과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면, 미국은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파고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 1990년대 닷컴 버블 시기에 일어났던 생산성 향상이 부채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AI가 다시 한번 미국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하나의 핵심, 스테이블 코인
금융 측면에서의 전략 또한 치밀하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트리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무역 적자를 내야 하지만, 이는 국채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미국 국채 매입을 줄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찾아낸 새로운 수요처는 바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다. 미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이유는 가상자산 발행사들이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하게 함으로써 국채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또한 자산의 토큰화를 통해 통화 유통 속도를 높여, 실질적인 통화량 증대 효과를 노리고 있다.

AI, 원자재에 투자해라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다. 미국 정부는 장기 국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면서도,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명목 성장률이 대출 금리보다 높게 유지된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채의 실질 가치는 녹아내리게 된다. 이는 채권자에게는 손해지만, 거대 채무자인 정부에게는 가장 우아한 파산 면제권이 된다.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장기채권의 금리를 억누르기 때문에 장기채권 투자는 좋은 투자 방법이 아니다. 채권 금리가 떨어져야 채권 가격이 오르는데 장기채권 금리는 당분간 내려갈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정부의 부채 해결 전략은 시장 전체의 호황보다는 ‘정책적으로 보호받는 자산’으로의 유동성 쏠림을 야기한다. AI, 반도체 등 핵심 혁신 섹터와 실물 가치를 반영하는 금, 구리 등 원자재 자산이 그 수혜자가 될 것이다. 미국이 설계한 성장으로 부채를 녹이는 전략은 생산성 혁신이라는 결실을 보아야만 완성된다. 만약 기술 혁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과 신뢰 위기에 직면하겠지만, 성공한다면 다시 한번 전 세계 경제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새로운 사이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