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본연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 주변에 있는 비슷한 자산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방법이다. 자산 본연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전문적인 감정평가사가 아니라면 일반인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일반인이 그나마 해볼 수 있는 비교 방법은 주변의 비슷한 자산과 비교해서 가치를 평가해보는 것이다. 최근 분당의 분위기가 뜨겁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본격적으로 선도지구를 지정해서 재건축에 돌입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선도지구 발표는 다음 달로 다가온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분당 아파트 가격이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는 언론의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분당 아파트 가격이 최근 선도지구 이슈로 인해 너무 고평가 된 것 아니냐, 한 마디로 거품이 끼지 않았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글에서는 분당과 서울 강남과 잠실, 송파, 마포 지역의 아파트 시세 흐름을 비교해보면서 분당 아파트 가격과 거품론의 실체를 분석해본다.
현재 분당 아파트 가격 흐름
현재 분당 아파트 가격 상승은 가파르다. 아파트투미에서 확인한 신고가 건수를 보면, 분당구가 지난 8월과 9월 모두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신고가 건수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주간 KB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를 봐도 분당구는 올해 6월부터 3개월 간 쉼 없이 가격이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9월 말 매매 가격지수는 96으로 고점이었던 2022년 6월 101 대비 96%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하지만 분당구의 신고가 건수는 8월 강남구에서 신고된 신고가 건수가 162건, 9월 강남구에서 신고된 신고가 건수가 46건인 것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 것도 사실이다. 주간 KB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를 봐도 강남구와 송파구, 마포구, 성동구의 지수가 분당구보다 높다. 9월 마지막 주 상승률도 강남, 송파, 마포, 성동 모두 분당구보다 높은 상황이다. 서울 핵심 지역이 상승한 것에 비하면 분당이 많이 오르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단, 이는 분당구 전체의 통계이기 때문에 선도지구 지정이 유력해보이는 아파트 단지나 지역들은 이보다 더 높은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분당구에서 8월에 발생한 신고가 거래 58건 중 서현동이 7건, 수내동이 13건, 정자동이 7건이나 된다. 흔히 ‘서수정’이라고 불리는 분당의 핵심지역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것이다.
최근 일어난 신고가 데이터를 통해 보면 분당에서도 핵심 지역 중심으로, 신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분당과 서울 핵심 지역들인 강남, 마포, 송파의 아파트 시세 흐름을 비교해본다. 이를 통해 분당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있는 지 없는 지 살펴본다. 비교군은 분당처럼 30년 내외인 구축 아파트들로 정했다.
분당과 강남, 잠실 비교
분당에서 선도지구 지정이 유력해보이는 양지마을과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잠실 재건축의 상징인 잠실주공5단지의 가격 흐름을 비교해본다. 가격은 보나마나 은마가 더 높다. 중요한 건 역사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두 아파트 사이 가격 비율이 유지되고 있느냐이다. 두 아파트 사이의 가격 비율이 일정하다면 분당이 강남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분당이나 강남 중 한 곳이 고평가 되거나 저평가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세 아파트의 가격 흐름을 나타낸 차트이다. 놀랍게도 흐름이 똑같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세 아파트 모두 전고점을 회복했거나, 회복하기 직전인 모습이다. 적어도 분당에서 선도지구 지정이 유력한 아파트는 강남과 잠실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분당과 송파 구축 비교
그렇다면 송파구에 있는 구축 아파트들과 분당의 시세는 어떤지 비교해본다.
송파구에 있는 주요 구축 아파트로는 아래 단지들을 정했다.
- 문정동가락현대1차아파트 – 1984년 / 514세대 / 재건축 건축심의 단계
- 가락프라자아파트 – 1985년 / 672세대 /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단계
- 가락쌍용1차아파트 – 1997년 / 2,064세대 /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 단계
세 아파트와 분당 양지마을 1단지 금호 아파트의 시세는 지난 15년간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2년 하락장을 맞이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양지마을 1단지 금호가 유의미하게 높은 시세를 형성한 것이다. 최근 실거래가를 감안하면 3억 ~ 4억 원 정도나 차이가 벌어졌다. 4개 아파트 중 유일하게 양지마을 1단지 금호만 고점을 회복했다. 가락쌍용1차가 2021년 부동산 고점 당시 양지마을 1단지 금호보다 고점이 높았지만, 현재는 완전히 역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송파구 구축 아파트 라인에서 비교적 연식이 덜 된 문정동 삼성래미안(2004년, 1,696세대)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양지마을 1단지 금호에 완벽히 밀려버린 모습이다. 평균 시세도, 전고점도 문정 삼성래미안이 더 높았지만, 지금은 가격이 역전된 상황이다.
흔히 부동산에서 급지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슷한 급지였던 곳의 가격 차이가 이렇게 벌어졌다는 의미는 사람들이 현재 분당에 급지를 바꿔버릴만큼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역시나 선도지구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다. 송파의 구축 아파트들은 양지마을 1단지 금호만큼 재건축의 실현 가능성이 와닿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개선되어 송파구 구축 아파트들도 본격적인 정비사업에 나서게 된다면, 현재의 가격 차이는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분당과 송파구의 구축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부동산 시장에서의 신축 선호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분당과 마포 구축 비교
마지막으로 마포구에 있는 구축 아파트와 분당의 시세가 어떤 지 비교해본다.
마포구에 있는 주요 구축 아파트로는 아래 단지들을 정했다.
- 공덕삼성 – 1999년 / 651세대 / 재건축 or 리모델링 추진 x
- 신공덕래미안1차 – 2000년 / 834세대 / 재건축 or 리모델링 추진 x
- 마포삼성 – 1997년 / 982세대 / 재건축 or 리모델링 추진 x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있는 구축 3개 아파트를 골라봤다. 모두 20년 이상 되었고 용적률이 꽤나 높은 아파트들이다. 높은 용적률 때문인지 우수한 입지임에도 정비사업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가격 흐름을 보면 2006년 노무현 정부 때에는 분당 양지마을이 유의미하게 시세가 높았지만, 이내 따라잡힌 후 10년 넘게 비슷한 시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송파구의 구축들과 마찬가지로 마포 공덕역 인근의 구축 아파트들도 2022년 하락장 이후 분당 양지마을 1단지 금호에 유의미하게 밀리는 상황이다. 그나마 송파 구축들 보다는 실거래 가격이 빠르게 쫓아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포구 공덕역 인근 구축 아파트가 분당 양지마을에 밀리는 이유 역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입지가 좋아도 신축이 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축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분당의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포구 공덕역 인근 구축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너무 높아서 재건축이 사실상 힘들어 보이는데, 신축 선호가 강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유지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리 – 선도지구 지정 여부와 투자 전략
분당의 현재 부동산 가격 흐름과 상황, 강남과 잠실, 송파, 마포 구축 아파트들과 시세를 비교해봤다. 글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분당이 최근 많이 오르긴 했지만, 서울 핵심지에 비하면 많이 오른 것도 아니다.
- 분당에서 선도지구 지정이 유력한 아파트는 강남과 잠실에서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아파트들과 비슷한 시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 과거 분당 양지마을과 가격이 비슷했던 송파구 남부 지역 구축 아파트들이 분당 양지마을의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과거 분당 양지마을과 가격이 비슷했던 마포구 공덕열 일대 구축 아파트들이 분당 양지마을의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분당 아파트 가격은 거품 수준은 아니고, 선도지구 지정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다소 오른 정도로 판단된다. 오른 건 맞지만 거품 소리를 들을 만큼 과하게 오른 것 같지는 않다. 일부 아파트들의 기대감대로 선도지구가 지정된다면 현재 가격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만약 선도지구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실망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발상을 달리해서 현재 상대적으로 고평가 된 분당을 매도하고, 송파로 넘어가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고점은 더 높았던 문정 래미안이 현재 가격이 더 낮은 상황이다. 문정 래미안 앞에 있는 신축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문정의 분양권이 양지마을 1단지 금호 실거래가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호가만 놓고 보면 양지마을 1단지 금호가 더 높은 상황이다. 만약 현재 분당의 호가가 실거래가가 된다면, 본격적으로 서울 송파 지역의 매수를 알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당의 재건축이 현실화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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