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도시계획 특별법으로 분당 등의 1기 신도시에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노후도시계획 특별법을 통해 안전진단 완화, 종상향을 통한 추가 용적률 확보 등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찬밥 신세가 된 아파트도 있는데 바로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들이다. 이번 글에서는 안양 평촌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가장 먼저 추진했던, 그 결과 리모델링 착공을 위한 이주만을 앞두고 있는 목련2단지 리모델링 분담금 논란에 대해 정리 해본다.
목련2단지 리모델링 – 개요
목련2단지는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안양시 평촌신도시에 자리한 아파트이다. 목련마을대우선경2단지가 정식 명칭인데 줄여서 목련2단지라고 부른다. 1992년에 준공되었고 총 994세대(전용 34제곱미터 384세대, 전용 58제곱미터 610세대)의 구축 복도식 아파트이며, 용적률은 193%, 건폐율은 15%, 세대당 주차대수는 0.3대이다.
소형 평수 중심의 아파트이며 평촌신도시 상권과 교통의 중심인 범계역 바로 옆에 위치한다. 길 건너에 있는 목련1단지와 더불어 범계역 접근성이 가장 좋은 아파트이다. 인근에 있는 롯데백화점, 뉴코아 아울렛, CGV, 범계역 상권, 안양시청 및 동안구청 등의 행정 기관, 범계초, 범계중, 평촌고, 평촌 학원가와 평촌중앙공원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를 갖췄다. 입지만 따지고 보면 평촌에서 가장 좋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목련2단지는 2008년 안양에서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되었고, 2020년에는 시공사 선정, 2022년에는 사업계획승인을 완료했다. 목련2단지가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한 이유는 입지는 좋지만 용적률이 높아서 재건축 사업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리모델링도 수익성은 그리 좋지 못하다. 비례율이 80.23%밖에 되지 않는게 이를 증명한다.
목련2단지 리모델링 시공은 효성중공업에서 맡았고, 리모델링 이후 효성의 브랜드인 해링턴 아파트로 재탄생하게 된다. 지금보다 29세대가 늘어난 1,023세대 아파트가 되며 용적률 299%가 적용된다. 리모델링을 하면 전용 34㎡는 전용 48㎡로, 전용 58㎡은 전용 75㎡로 확장된다. 또한 지금은 없는 지하 주차장이 지하 3층까지 생기고, 지상부는 보행자 전용으로 조성된다.
현재 추진 단계는 분담금을 확정하는 권리변동계획 총회까지 통과한 상황이고 남은 단계는 이주 및 철거, 착공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상 리모델링 사업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목련2단지, 리모델링 권리변동계획 확정 < 리모델링 < 도시정비 < 기사본문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arunews.com)
목련2단지 리모델링 – 분담금 논란
목련2단지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한 이유는 바로 리모델링 분담금 때문이었다. 리모델링 추진 단계에서 최대 2억원 수준으로 예상되었던 분담금이 4억원이 넘게 책정된 것이다. 분담금 최소 금액은 약 2억 9.300만원이었고, 최대 금액은 4억 7,900만원에 달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분담금이 증가한 것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분담금과 리모델링이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목련2단지 내부에서는 지금이라도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노후도시계획 특별법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소요된 매몰 비용만 해도 세대 당 수백 만원의 금액이 발생했다. 재건축 선도단지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재건축 역시 시기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합원이 리모델링을 끝까지 추진하는 것에 찬성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들은 목련2단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착공을 한 곳들이라면 모를까, 추진 중인 아파트라면 인상된 여러 이유로 급격하게 인상된 공사 원가를 피해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제곱미터당 분양가는 지난 5년간 48%, 지난 1년간 21%가 올랐고, 최근 3달 만에 무려 10%가 올랐다.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통계 확인하는 방법(HUG와 국가통계포털) (landstockbiz.com)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분담금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리모델링 사업의 분담금은 재건축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높기도 하다.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한 아파트들의 2022년 기준 분담금 정리 자료이다. 분양가가 급등하기 전 수준의 분담금이 평당 600만원 수준이다. 이때와 비교해서 30%정도 올랐다고 가정해보면 평당 800만원 수준인데 이는 현재 평당 재건축 비용보다 다소 적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다.
리모델링 분담금이 생각보다 높은 이유
리모델링 분담금이 생각보다 높은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공사 난이도
공사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모든 것을 철거하고 맨땅에 아파트를 건설하기 때문에 시멘트와 철근은 더 많이 소요되지만 공사 난이도 자체는 높지 않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의 60% 내외를 재활용해야 한다. 나머지 40% 정도만 따로 철거를 해야하기 때문에 철거 난이도가 높다. 세대 안으로 들어가 벽을 깨거나 복도를 터야하는데, 굴착기 등의 중장비 사용이 쉽지 않아 인력 사용 비중이 높다. 최근 크게 오른 인건비는 고스란히 리모델링 분담금 상승의 원인이 된다.
아파트 공사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드는 파트 중 하나가 지하 주차장 공사인데, 기존 아파트의 골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지하 3층 이상으로 땅을 파는 건 돈이 더 많이 든다. 땅을 파는 데서 끝이 아니고 새로 만들어진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동을 연결하는 데도 고도의 기술과 비용이 든다.
2. 높은 인력 사용 비율
리모델링은 원래 있던 골조와 수평을 맞춰서 별동을 지어 증축을 해야하는데 역시나 맨땅에 아파트를 그냥 올리는 것보다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고스란히 분담금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재건축은 중장비로 뚝딱 뚝딱 올리면 끝이지만, 리모델링은 도면을 봐가면서 하나하나 사람 손으로 부수고 다시 연결하고 발라줘야 한다.
3. 재건축 대비 적은 수입
리모델링은 돈 쓸 일은 많은데 수입은 재건축에 비하면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다. 목련2단지는 전체 세대수의 3%밖에 세대수를 늘리지 못했다. 전용 75㎡ 한 세대당 13억 5,000만원에 분양할 것을 예상하고 예산을 짰는데 29세대라고 해봤자 390억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예상 사업비 약 4,314억원의 9% 정도만 신규 분양으로 채울 수 있고 나머지 91%의 돈은 기존 조합원의 분담금으로 조달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자연스럽게 분담금이 커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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